아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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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 풀이 by 백가희아하 에세이 2021. 3. 10. 10:05
한 달 전 신년을 맞이해 사주를 보러갔다.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네이버에 신년 사주 잘 보는 곳, 사주 예약, 사주 꼼꼼하게 봐주는 곳을 검색해 알아보기 바빴다. 괜한 말을 들으면 어떡하지? 알고보니 나 이번 해가 삼재의 시작이면 어떡해야되지? 뭘 물어봐야 하나? 사주 선생님에게 물어볼 나의 장래에 관한 질문을 메모장에 썼다. 무슨 말을 듣든 개의치 않아 봐야지, 설령 삼재라고 해도 난 절대 지지 않을 거야, 마음 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을 꼭꼭 씹으면서. 그럼에도 촌철 살인일 말들을 새겨 들으며 실이 될 법한 불행한 것은 되도록 피하겠다 생각하면서. 제발 올해만큼은 내가 해둔 결심을 착실히 이행할 줄 아는 능력이 생기길 바라면서. 1월만 가득 채운 다이어리에, 월 초 3일만 발휘되는 작심삼일의 아이콘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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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잘 살아보고 싶어서 by 김신지아하 에세이 2021. 2. 24. 12:10
올해 1월은 좀 각별했다. 3주간 진행한 온라인 루틴 모임 덕분이었다. 소셜 살롱 ‘문토’에서 모임에 대한 제안이 왔을 때, 주제를 정한 뒤 모임의 시작일을 1월 4일로 하자고 했었다. “왜요?” 모임을 주관하는 매니저님이 물었다. “1월 4일은 작심삼일의 이튿날이거든요. 새해 다짐을 다들 못 지켰을 텐데 그날부터 이 모임으로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의미에서!” “헐, 저 방금 소름 끼쳤어요!” 모임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한다는 매니저님의 사명감이 담긴 리액션과 함께 첫 날 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임의 주제는 ‘순간 수집 일기’였다. 하루를 보내며 오늘의 좋았던 순간을 딱 하나만 발견해 그룹 채팅방 게시판에 사진으로 올리고, 그에 대해 짧은 일기를 쓰는 모임이었다. 각자의 하루에서 주워올 순간을 ‘행복의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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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아니면 뭐 어때 by 한 대리 작가아하 에세이 2021. 2. 10. 09:30
매 년 돌아오는 한 해 목표 수립을 위한 면담 시간이었다. 부장이 자기 앞에 가지런히 내려놓은 종이들 위에는 우리 부서원들 각자의 다짐들이 적혀있었다. 그중 유독 한눈에 보기에도 텅 비고 무성의해 보이는 종이가 바로 내 것이었다. 조금 머쓱해져서 공연히 귀를 긁어대는 나를 발견한 부장은 노트로 종이를 가렸다. 한 대리 올해 다짐은 참 심플하네. 일하다가 어려운 거 있으면 얘기하고요. 네… 도망치듯 자리로 돌아와, 내가 하는 말이라면 언제든 무엇이든 그렇다고 해주는 참을성 좋은 친구 연의 이름을 급하게 찾아 말을 걸었다. 너희도 한 해 시작할 때 업무 계획 같은 거 세우니? 어차피 맨날 똑같은 일 시키면서 무슨 계획을 세우라고 하는건지 모르겠네. 진짜 무의미하지 않아? 어쩐 일인지 연은 답이 없었다.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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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심삼일 실험실 by 김규림아하 에세이 2021. 1. 27. 09:43
나는 다짐을 많이 하는 인간이다. 연초인 새해에도, 주초인 월요일에도, 하다못해 하루의 처음인 아침에도 새롭게 다짐을 하곤 한다. 지극히 개인적 감상이지만 다짐은 결심보다 조금 귀여운 면이 있는 것 같다. 결심이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라는 강한 의지의 뉘앙스라면, 다짐은 '기왕이면 해내고 싶다'라는 소망의 느낌이랄까. 그래서인지 다짐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책상 위에서 작게 주먹을 쥐고 있는 내 모습이 떠오른다. 수많은 다짐을 한 후 그것들을 다 실행하느냐고 하면 물론 그렇지 않다. 꾸준히 이어나가는 아주 소수의 항목도 있지만, 대부분은 찰나의 죄책감을 통과한 후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만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어제만 해도 소비를 줄이자는 올해의 다짐을 뒤로하고 티셔츠를 충동적으로 결제했고(한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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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도 삼세번이면 by 구달아하 에세이 2020. 12. 16. 13:26
엊그제 떡국을 먹은 기분인데 어느새 12월이다. 예년이라면 연초에 세운 야심찬 목표들은 단 하나도 이루지 못한 채 나이만 먹을 내가 한심해서 꺽꺽 울 타이밍이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모닝 루틴을 주제로 이 원고를 쓰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아침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프리랜서인 덕에 기상 시간이 불규칙하고, 현대인답게 눈 뜨자마자 스마트 폰부터 들여다보는 습관이 늘 문제였다. 두 가지를 고치는 방향으로 모닝 루틴을 짰다. ① 오전 9시에 일어나기. ② 커피 내리기. ③ 커피를 마시며 《전쟁과 평화》 20쪽 읽기. 새해가 밝기를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내일부터 새롭게 태어나는 거다. 한 해의 끝에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생각에 의욕이 샘솟았다. 아침 9시에 울린 알람에 지체 없이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