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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매일 바른 자세; 허리 없는 사람이 되고 싶어 by 신미경
    아하 에세이 2021. 6. 1. 11:53

    ©shutterstock

     

    월간지를 만드는 부서에서 일하다 보니 마감일만 오면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들린다. 허리 디스크로 퇴사한 전임자의 후임 역시 허리에 주사를 맞으러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비운다. 짐을 들다 허리를 삐끗한 부서장은 삼일 연속 휴가를 쓰고 한방치료를 계속하는 중이었다.

    “혹시 이쪽 책상 라인으로 수맥이 흐르는 게 아닐까요?”

    허리 디스크가 전염병처럼 발발하는 사무실에 수맥파의 영향 아니냐는 풍수지리 농담을 던져보지만, 오래 앉아 근무하는 사무 근로자의 고질병임을 모두 알고 있다. 새로운 흡연이라 불리는 의자병. 8시간 이상 앉아서 일하는 현대인에게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다. 똑같이 의자에 앉아 일하지만 나는 그나마 건강한 편에 속한다. 허리는 아직 짱짱하고, 이렇다 할 지병도 없고, 아침에 아파서 갑작스레 결근을 통보한 적도 없다. 이런 내게 노하우가 있다면 몸의 신호를 기민하게 느끼고, 나를 일깨운 다음 몸을 돌보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뿐이다.

    등받이까지 깊숙이 몸을 넣어 허리를 펴고 앉는다. 걸을 때는 배에 힘을 주고 어깨가 굽지 않도록 신경 쓴다. 시간을 잊은 채 업무에 집중해 앉아 있다가도 엉덩이와 허리가 피로하다 신호를 보내면 즉각 일어나서 일한다. 내가 큰 초등학생이었을 때 다리 꼬고 앉기가 잘 안 되어 일부러 연습한 적이 있었다. 어른이 되면 그렇게 앉아야 하는 줄 알았을 만큼 순진했던 때다. 어린이가 벌써 다리를 꼬고 앉는다며 혼나기도 했는데, 단순히 어른 흉내 내는 내가 잔망스러워 그러는 줄 알았다. 가끔 허리 아프다고 말하면 어른들이,

    “어린 네가 허리가 어디 있어.”

    라며 핀잔을 주곤 했다. 그땐 나도 척추동물인데 왜 허리가 없어, 라고 억울하게 생각했지만 이제야 알겠다. 정말 건강한 몸은 그 신체 부위가 내 몸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음을. 다리 꼬는 날이 하루하루 쌓이자 내 골반은 비틀렸고, 어깨도 대칭이 아니었다. 조금만 무리하면 허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게 되는 몸이 되었다.

    ‘두 다리 가지런히 모으기 수행’을 꾸준히 한다. 무의식적으로 편한 자세를 찾아 다리를 꼬려고 하는 나를 발견하면 허벅지를 찰싹 때리고 다시 바르게 앉는 수련이다. 머릿속으론 풍문으로 들은 허리 디스크 수술비 천칠백만 원! 이라고 염불을 외고, 오늘 한 번만 다리를 꼬자는 봐주기식 마음을 경계하며 나를 다스렸다. 그런 날이 반복되다 보니 언젠가부터 의식하지 않고 두 다리는 늘 가지런히 두고 앉는다.

    내 몸은 요가 수련을 하면서 달라졌다. 온몸에 힘을 고루 주며 서 있는 법, 코어의 힘을 키워 자연스레 허리를 펴고 앉는 힘도 모두 요가로 키웠다. 인도 고대 의학인 아유르베다에서는 어떻게 먹고 운동하는지 외에도 호흡을 중요하게 여긴다. 허리를 보호하려면 코어에 힘이 있어야 하고, 그 단련법은 호흡에 있다. 요가를 하면 우짜이 호흡을 배우게 된다. 바른 가부좌 자세로 앉아 눈을 감는다. 코로 숨을 마실 때 목구멍부터 힘을 조여 양 갈비뼈를 확장하고, 괄약근을 조이고 아랫배를 딱 맞는 청바지의 지퍼를 채울 때처럼 힘을 줘서 안으로 쏙 끌어당긴다. 코로 숨을 뱉을 때도 아랫배의 힘은 유지한 채 갈비뼈를 안으로 모으듯 호흡하는 방법이다. 호흡에 진심인 요가 지도자를 만나면 이 상태로 숨을 몇 초간 참고 내뱉는 수련을 오래하기도 한다. 절대 쉽지 않다.

    소소한 건강법을 계속 실천해 나간다. 오늘이 안되면 내일, 내일이 안되면 내일모레에도 잊지 않고. 치실처럼 간단하면서 조금만 신경 쓰면 충분한 건강 팁은 나의 삶의 질을 확 올려놓는다. 치실 덕분에 치과 정기 검진 때 스케일링은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잘 관리된 치아가 되고, 바른 자세 의식하기로 비틀린 몸을 조금씩 제자리로 돌려 허리 디스크에서 일단은 안전한 것처럼. 물론 꼼꼼한 양치질, 요가 수련이 가장 밑에 깔려 있음도 잊지 않는다.

    10시에 잠들기, 균형 잡힌 식사, 매일 운동, 청결함, 스트레스 관리는 건강 일지를 쓰며 나와의 약속을 이어가고 있다. 평생 수련하는 마음으로 임할 것. 나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고, 짧은 인생 대충 살자며 내팽개칠 수 있다. 그런 날도 분명 있지만 나를 돌봐주고 챙겨주는 관리 자체가 나를 사랑한다는 증거이자 살아가는 즐거움이 될 때가 더 많다. 중단하더라도 이내 다시 시도한다. 그런 날이 반복되면 어느새 다리를 꼬지 않는 자세가 나의 기본이 되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된다. 요즘 나는 제대로 걷기 연습 중이다. 발꿈치부터 지면에 닿아 발바닥 전체로 걷기. 새로운 훈련이다.

     

     


    글. 신미경
    책 <슈즈시크릿>으로 데뷔한 하이힐 마니아였으나, 건강에 문제가 생긴 뒤로 10센티미터 높은 세상에서 내려와 평지에 두 발을 맞닿은 채 산다. 단순하고 건강한 삶에 높은 가치를 두어 일과 휴식의 균형 감각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다.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 <나를 바꾼 기록생활> 등을 썼으며, 현재 일상에서 시도하고 있는 여러 건강법과 생각을 담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에세이를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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