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제로’에서 시작한 소주, ‘새로’의 본질 : 윤종혁 롯데칠성음료 주류마케팅부문장
    아하 스토리 2024. 8. 19. 17:26
    기존 주류 시장의 판을 깨기 위해서는 1부터 100까지 차별화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모든 걸 바꾸겠다고 다짐했죠.

     

    ⓒ윤종혁, 《끝도 경계도 없이》

    주류업계에서만 22년 동안 일해온 윤종혁 부문장.
    2000년 두산주류BG에 입사한 후 2009년 롯데칠성이 두산주류BG를 인수하면서 이후 롯데칠성음료에서 그 업을 이어왔다. 주류마케팅2팀장, 주류브랜드전략팀장, 소주BM팀장을 거쳐 ‘새로’ 소주 개발 과정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다.
    2022년 10월 주류마케팅부문장으로 임명된 후 같은 해 12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 ‘제로’에서 시작한 제로 소주, ‘새로’의 본질

    Q. 최근 국내 주류 시장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레트로 열풍이 불었고, 증류식 소주도 인기를 끌었지요. 이렇게 변화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주류 시장의 판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새로이 등장한 ‘처음처럼 새로’(이하 새로)가 판매 1,250억 원(2023년 기준)을 돌파하며 시작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새로’는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한 이후 16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이에요.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못했습니다. 최초 목표는 경쟁 제품 시장점유율의 10분의 1만 가져오는 거였어요. ‘새로’는 초록색 병으로 상징되는 소주 시장에서 경쟁사가 다른 형태의 패키지를 출시한 것을 계기로 나오게 되었어요. 제품의 성분, 맛, 포장, 광고, 마케팅 전략 등을 치열하게 고민했습니다. 기존 방식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제로부터 시작했지요. 그러느라 시간이 꽤 걸렸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다행입니다.

     

    Q. 기존 방식을 철저하게 배제했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요? ‘새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기존 소주 시장에서 차별화될 수 있는 ‘새로’만의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했습니다.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제로 슈거’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걸 발견했어요. 특히 탄산음료 시장에서 관련된 제품들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었죠. 소주 시장에서도 이를 차별화 포인트로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 가능성과 확장성이 충분해 보였어요. 고민한 결과, 기존 브랜드로 제로 슈거 제품을 출시하는 것보다 새로운 브랜드의 제품으로 출시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Q. 건강과 맛을 동시에 잡아 특히 MZ세대의 취향에 맞춘 소주라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새로’를 출시한 뒤 소위 말하는 ‘이거 되겠다’라는 느낌이 왔던 순간이 있었나요?

     

    제품을 시장에 선보이기 전, 주류 도매상들에게 공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보통 긍정과 부정의 반응이 섞여 있게 마련인데, ‘새로’에 대한 반응은 긍정 일색이었어요. 사실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취급 품목이 많아지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기존 형태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가 소주 시장의 판을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기프트 세트를 만들어 인플루언서, VIP에게 나누어주기도 했는데, 그 반응이 색달랐습니다. 전통 도자기 모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과 한국적인 정서를 녹여낸 구미호 일러스트가 포인트인 ‘새로’ 기프트 세트는 녹색 병 소주에 익숙한 40대보다 20~30대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로 ‘새로’를 세상에 선보이기 전, 새로운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에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 스토리텔링, 주류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를 쓰다

    Q. 공개한 지 3개월 만에 유튜브 조회수 1,355만 회를 달성하며 화제가 된 ‘새로’ 광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특히 주류 브랜드는 좋아하는 연예인이 모델인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은 만큼 광고 모델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편입니다. 그런데 ‘새로’는 유명 광고 모델이 아니라 구미호를 소재로 한 스토리 영상을 공개했어요. 이렇듯 스토리텔링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새로’ 광고엔 처음부터 빅 모델 전략이 없었습니다. 기존 주류 광고의 접근 방식이 소주 시장에서 유효한지 거듭 고민했고, 그 결과 ‘회자되는 이야기’를 만들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 국민의 반이 ‘술 전공자’라고 말할 만큼 술에 대해 잘 알고 자기 취향이 확실하지요. 이렇듯 강력한 취향을 넘어설 만큼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지며 ‘왜 이렇게까지 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감하게 접근했습니다.

    광고 속 구미호 캐릭터는 ‘새로구미(새로+구미호)’로 불리며 남녀 동물 캐릭터로 변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살생하지 않는다는 설정에 빌런과의 대결 구도를 더해 흥미를 유발했습니다. 이후 선보인 신제품 ‘새로 살구’의 경우, ‘새로구미’ 내부에 존재하는 남녀 캐릭터가 어떻게 하나가 되었는지 보여주는 1,000년 전 애절한 러브스토리로 콘텐츠를 구성했습니다. 둘의 영원한 사랑의 매개체로 살구를 등장시켜 ‘새로 살구’와 ‘새로’의 연결고리를 만들었지요. 이처럼 앞으로도 ‘새로’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Q. 미각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한다는 제품적인 특징, 그리고 저관여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주류 브랜드에서만 통하는 성공 공식이 있을 것 같아요.

     

    주류 브랜드는 이야깃거리가 있어야 합니다. 술과 이야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요. 술을 마시는 상황에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주어야 해요. 과거 사례를 보면, 맥주 브랜드 ‘하이트’는 ‘암반수’라는 건강하고 청량한 RTB(Reason To Believe) 요소를 던졌고요. ‘테라’는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 ‘테슬라(테라+참이슬)’같이 취향대로 놀거리를 제공했지요. 이처럼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장치를 심어놓아야 해요. 별다른 노력 없이 단순히 비슷한 내용물과 포장으로 시장점유율 경쟁을 벌인다면 그 시장에서 절대로 이길 수 없습니다.

     

    ⓒ롯데칠성음료, 《끝도 경계도 없이》

     

    📍 롯데칠성음료에서 일한다는 것

    Q. 주류 시장을 이끌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반응하는 건 상당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부문장님만의 시대를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을 기르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특정 노하우나 트렌드를 알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평소에 유튜브나 SNS 등 다양한 콘텐츠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얻은 아이디어를 적용해 브랜드의 메시지를 녹여낸 콘텐츠 등을 기획하거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어요. 짧은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고 알고리즘에 갇히지 않기 위해 숏폼이나 콘텐츠를 2배속으로 시청하고, 다양한 키워드를 검색해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는 해보지 않은 것들에 관심이 많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팀원들에게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많이 경험해보라고 추천하지요. 오후에는 사무실 밖에 나가보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고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고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게 있거든요. 프레젠테이션만 잘한다고 유능한 마케터라고 하긴 어렵죠.

     

    Q. 팀을 이끄는 부문장님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상이 있으실 텐데요. 부문장님은 어떤 리더이신가요? 조직에서 바라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솔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업무에 관한 칭찬이나 아쉬움은 정확하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처음엔 피드백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직급이 높아질수록 명확하게 말해주는 것이 필요하더라고요.

     

    Q. 좋은 브랜드란 무엇일까요?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선 어떤 것을 갖추어야 할까요?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브랜드가 좋은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상황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에 브랜드가 정의한 아이덴티티, 보유한 자산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필요에 의해 변화하는 게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순 있어도 결국 브랜드가 망가지게 되더라고요.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단이 있어야 하고 브랜드를 지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이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는 동료도 중요하지요.

     

     

    제품화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고,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 두려움에 휩싸이는 직원들을 볼 때면 실패한 경험이 아니라 도전했던 경험을 인사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할 거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실패도 빨리 해보라고요.

     

     

     

     

    ✅출처: 끝도 경계도 없이 - 국내 최고 브랜드 책임자 12인의 생존 문답


    본 사이트에 게재된 콘텐츠는 (주)위즈덤하우스에서 관리하고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되는 저작물입니다. 사전 동의 없는 무단 재배포, 재편집, 도용 및 사용을 금합니다. aha.contents@wisdomhouse.co.kr

     

     

    댓글

all rights reserved by wisdomhouse 📩 aha.contents@wisdomhous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