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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너지를 내는 회의를 만드는 팁 (feat. 숟가락 얹기 기술)
    아하 스토리 2024. 8. 6. 15:44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회의를 만드는 팁이야 많고 또 많지만 그중 제일 좋은 것은 바로 ‘숟가락 얹기 기술’이다. 어렵지도 않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면, 거기에 잽싸게 숟가락을 얹는 거다. 찌개를 끓이는 것도 아니고, 밥을 하라는 것도 아니다. 상을 차리라는 것도 아니다. 그냥 맛있어 보이는 아이디어에 숟가락을 얹으라는 거다. 겨우 그거냐고? 정말 그거다. 남의 아이디어에 숟가락을 얹다니 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냐고? 염치를 차려가며 잘 얹으면 된다. 혼자 다 먹어 치우겠다는 욕심 없이 가볍게 얹으면 된다. 정말 된다. 다음의 말을 연습해보자.

     

       “와, 그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이거 꼭 해보면 좋겠어요.”


    자기 아이디어에 힘을 실어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누군가가 이렇게 나서주면 주변 사람 모두 그 아이디어를 한 번 더 들여다보는 효과까지 있다.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말이다. 물론 더 적극적으로 숟가락을 얹으려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하는 것도 좋다.


       “와, 그 아이디어 너무 좋은데요? 그걸 OO방법으로 실행해보는 거 어때요?”


    핵심은 간단하다.

     

    1. 상대의 생각을, 아이디어를 칭찬한다.
    2. 그 아이디어에 더 좋은 아이디어를 더한다.

     

    이게 전부다. 너무 쉽지 않은가? 이걸로 좋은 회의가 된다고? 의아해하는 눈초리가 느껴진다. 그럼 숟가락 얹기의 기술로 도배가 된 실제 회의 사례로 설명을 해보겠다.


    몇 해 전, 한 가구회사 광고를 우리 팀에서 도맡아 할 때의 일이다. 당시 광고주는 ‘디자인’에 대해 커뮤니케이션하길 원했다. 디자인 담당자들과 임원들까지 모두를 인터뷰했다. 그 결과 그 회사의 디자인에 대해서 말을 하기 위해서는 ‘예쁘다/감각적이다’ 이런 수식어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디자인팀 사람들이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여긴 선 하나에도, 각도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해요.”


    ‘이유 있는 디자인’을 키 콘셉트로 잡고 회의를 시작했다. 디자인이 주제다 보니 당연히 전시회를 하자는 아이디어부터 나왔다. 너무 뻔한 아이디어라고? 그럼 안 뻔하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전시회’라는 아이디어가 워낙 가능성이 커보였기 때문에 우선 그 아이디어를 회의실 한가운데에 우뚝 세웠다. 자, 이제는 숟가락을 얹을 차례다. 나부터 잽싸게 얹었다.


    “전시회는 좋은 거 같아. 근데… 공유 씨를 어떻게 거기에 넣지?”
    “음… 전시회의 도슨트 역할을 하는 건 어때요?”
    “전시회에서 설명하는 사람 말씀이죠? 좋은데요? TV 광고 녹음할 때 도슨트 멘트 녹음도 같이 진행하고!”


    이렇게 전시회 아이디어가 구체화되는 와중에 또 다른 사람이 숟가락을 얹었다.


    “오, 그럼 아예 TV 광고도 전시장 콘셉트로 가는 거 어떨까요?”
    “좋다 좋아. 아예 공유 씨가 도슨트로 등장을 해서 각각의 가구를 설명해주는 바이럴 필름도 만들까?”

    “좋아요. 진짜 도슨트처럼 하얀색 셔츠를 딱 입고! 잘 어울릴 것 같아요”


    이렇게 순식간에 몇 개의 숟가락이 얹혀졌다.


    “근데 현실적으로 전시회를 여러 군데에서 열 수는 없잖아요. 가로수길에서 열었다가는 우리만 보는 거 아니에요? 뭔가 방법이….”
    “매장!”
    “오! 전국 매장을 전시장으로 바꾸면 되네요! 우리 천재 아니에요?”


    서로 천재라 치켜세우며 우리는 ‘전시’라는 아이디어에 마음껏 숟가락을 얹었다. 최소한의 변화로 매장을 전시장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서 말했고, 누군가는 팸플릿 제작을 말했고, 또 누군가는 매장에 오디오 가이드도 함께 비치하자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오프라인 전시뿐만이 아니라 온라인 전시도 병행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했고, 그 말에 또 곧바로 누군가가 숟가락을 얹었다.


    “인스타그램에 갤러리를 오픈하면 되겠네!”

     

    겨우 한 시간 우리가 모였는데, 이미 캠페인은 단단해져버렸다. 거대해져버렸다. 서로가 서로의 아이디어를 좋게 보고, 숟가락을 툭툭툭툭 계속 얹었더니 밥상이 가득 차다 못해 마지막엔 숟가락을 얹을 자리가 안 보였다. 덕분에 정말 배부른 기분으로 회의를 마칠 수 있었다. 숟가락 얹기는 이 캠페인 내내 계속되었다. 특이하게 TV 광고 카피도 내가 처음 던진 말에 카피라이터가 숟가락을 얹고, 마지막에는 아트디렉터가 숟가락을 얹으면서 완성이 되었다.

     

       “왜?”라고 물으세요. (내가 이 카피를 던졌고)
       계단 모양에
       거울 각도에
       다리 높이에.
       대답할게요. (가구들을 하나하나 다 공부해서 카피라이터들이 이 카피를 정리했고)
       OO의 디자인에 그냥은 없습니다. (막내 아트디렉터가 이 카피를 마지막으로 얹었다.)

     

    물론 아이디어를 내는 일과 실행을 하는 일은 또 완전히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라서, 이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광고주부터 기획팀과 전시이벤트팀까지 모두 오래 고생했다. 하지만 우리가 서로의 아이디어에 거침없이 숟가락을 얹어가며 완성한 ‘우리의 아이디어’는 캠페인 내내 굳건히 우리의 지도가 되어주었다. 그리고 이듬해 이 캠페인은 에피 광고제(실제 광고 효과를 바탕으로 수상하는 광고제)에서 금상을 탔다. 숟가락 한번 잘 올렸을 뿐인데 오래 자랑할 만한 우리의 성과가 되었다.

     

    오래전 황정민 배우가 청룡영화상에서 밥상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자기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맛있게 먹었을 뿐이라고. 이건 극진한 겸손의 표현이었지만, 듣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 밥상을 맛있게 먹는 것도 그의 능력이라는 것을. 좋은 시나리오를 만났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숟가락을 얹어서 훌륭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해내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를. 마찬가지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났을 때 그 가능성을 놓치지 않고 바로 숟가락을 얹어서 훌륭한 아이디어로 키워내는 것도 우리 모두가 익혀야 하는 대단한 기술인 것이다.


    ‘숟가락 얹는 기술’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부정적인 의미부터 떠올리지만 이 기술은 충분히 좋은 의미를 띨 수 있다. 숟가락을 얹는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에 옷을 입혀주고, 신발을 신겨주고, 머리도 매만져주고, 심지어 날개까지 달아주는 것이니 말이다. 남의 아이디어에 나의 숟가락을 얹어서 더 버젓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주라는 거다. 도둑놈 심보 없이, 그러니까 이 밥상을 나 혼자 다 먹어 치우겠다는 욕심 없이, 순수하게 숟가락을 얹어보라. 한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하지만 거기에 여러 사람이 숟가락을 얹어서 ‘우리 아이디어’로 발전을 시키면 그 아이디어의 가능성은 종잡을 수 없게 커진다.

     

    어떤 훌륭한 개인도 우리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나’를 내려놓고 ‘우리’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를 더 훌륭하게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니까.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이타적으로 생각해도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만큼이나 남는 장사가 없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말했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출처: 내 일로 건너가는 법 - 일이라는 세계, 그 속에서 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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