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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클라이언트는 첫 문장부터 다르다👍
    아하 스토리 2024. 8. 6. 13:52

     

    처음부터 프리랜서로 살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성격상 직급으로 나눠진 조직생활은 견딜 수 없음을 제대로 느끼고 나서는 다시 회사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대신 혼자서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면서 고군분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긴 여정에서 가장 확실한 나의 무기가 ‘그림’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그림을 잘 그리는 것 하나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서 그림을 활용한 다른 능력을 찾아내어 그것을 일로 만들어보려고 애쓰다 보면, 프리랜서로 사는 건 조직생활을 좀 더 하다가 가장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프리랜서 작가에게 협업은 숙명이다. 경력이 아무리 오래되어도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모르는 담당자와 일을 시작하는 것은 늘 부담스럽다. 특히나 창작물을 주고받는 성격의 일은 소통의 방식에 따라 잘 풀릴 수도 있고 쉬운 길을 두고 더 힘든 길을 가게 되는 수도 있는데, 정말 슬프게도 이 모든 것은 담당자에게 달려 있다.

    📍 끝이 좋지 않은 클라이언트의 특징

    프리랜서로 외주업무를 받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의뢰 메일이 오면 스팸메일이 아닌 이상 거의 다 확인하고 일을 받았다. 가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되도록 많이 경험하고 노하우를 쌓고 싶었다. 그렇게 조금씩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메일만 읽고서도 좋은 의뢰인과 끝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의뢰인을 알아보게 되었다. 마치 매장에서 오래 일을 하면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 그 사람이 진상일지 아닐지를 알아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끝이 좋지 않을 의뢰인이 될 가능성의 신호를 몇가지 살펴보겠다.

     

    😭 끝이 좋지 않은 클라이언트의 신호
    ✔ 내 이름을 안 쓰거나 틀리게 적었다. (가장 중요!!!)
    프로젝트 설명이 장황하나 요점이 없어 분명하게 보이는 내용이 없다.
    작업 일정이 터무니없이 짧다.
    작업 단가를 미리 제시하지 않고, 내가 정해서 말하도록 유도한다.
    작업물 받는 일정만 챙기고 정산 날짜는 말하지 않는다.
    양도 계약서를 선호한다.
    예산이 터무니없이 적다.

     

    내 이름을 틀리거나 쓰지 않은 업체는 나중에는 답장조차 하지 않았다. 10년 전쯤, 어느 업체에서 신년 달력 제작을 제안한다며 내게 메일을 보냈는데 내 성씨를 틀리게 적었다. 읽는 순간 싸해지는 느낌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 정성스럽게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일을 조율하는 과정 중에 담당자가 일주일 동안 연락이 두절되어버렸다. 잠수를 탄 것이다. 메일에 적힌 휴대폰 번호로 문자를 보내도 답이 없고,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며칠이 더 흘렀고 그사이 작업 작가가 바뀌었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았다.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담당자가 분명하게 전달하는 내용이 없다면, 그런 일은 나중에 가서 엎어질 확률이 높고 진행 과정도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업무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받더라도 의뢰 업체의 내부 사정으로 전면 수정되는 경우도 생기는데, 담당자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려는 유형이면 변경이 생겨도 일을 문제없이 완료할 수 있지만, 내내 모호하게 말을 얼버무린다면 불길함을 감수해야 한다. 담당자의 담당 권한이 너무 적어 윗선에서 급작스러운 변경을 요청할 때 영향을 직격으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회사를 다니면서 외주작업자와 소통한 경험이 있었기에 이해는 간다. 대한민국의 기업들 중에 부족한 예산으로 외주업무를 진행하는 곳이 많기도 하고, 담당 직원 한 명이 동시에 여러 업무를 쳐내는 상황이 많아 외주작업자를 챙기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정을 이해하고 기다리는 것과 예감이 좋지 않은 의뢰 업체 측로부터 일을 진행하던 중에 외면당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일 잘하는 담당자들의 특징

    사업자를 내고 나서 제일 유심히 보게 되는 것은 다른 자영업자의 일하는 태도이다. 개인 온라인쇼핑몰을 개설하고 내 그림으로 상품을 만들면서 여러 업체에 발주를 넣는 일이 많아졌다. 내 경우, 사장님이 일을 잘하시면 꾸준히 한 업체만을 이용하는 편이다. 그런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나열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일잘러의 공통점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
    같은 일을 두 번 하게 하지 않는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한다.

    정산 및 세금 처리가 깔끔하다.
    불법적인 방법을 쓰지 않는다.
    사적인 주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일은 일에서 끝낸다.


    단골이 된 업체 사장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일단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는 점이다. 사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기에 지키기 수월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람들 중 극히 일부만 이를 지킨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은 신뢰의 고리를 만드는 첫 번째 단추이다. 업체와 계약을 맺으면 바로 그 주에 요청에 맞춰 시안을 만든 다음, 마감일 오전 시간으로 메일 예약을 걸어놓는다. 빨리 완성하면 빨리하는 대로 전달할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한번은 시안을 마감일보다 빨리 보냈더니 지정 날짜만 생각하고 있던 담당자가 미처 그 메일을 확인하지 못해 혼선이 생긴 적이 있어 이제는 약속한 날짜에 보낸다.


    그다음 중요한 점은 그 누구든 두 번 일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다. 일을 잘하는 담당자는 메일 하나에 필요한 사항과 파일을 정리해서 전달한다. 물론 사람이라면 가끔씩 무언가를 빼먹는 실수를 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인 것은 꼭 잊지 않고 체크해서 같은 일을 두 번 이상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생기면 즉각 연락을 취한다는 점도 단골 업체 사장님들과 아닌 곳의 차이이다. 나는 발주할 때 무조건 일정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 진행 중간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이때 단골 업체 사장님들은 바로 내게 연락해서 문제를 말한 뒤 언제까지 해결할지 약속했다.


    이렇듯 기본을 충실히 지키기만 해도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을 단골 업체 사장님들을 통해 배웠다. 의사들이 말하길 건강을 지키는 건 어렵지 않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꾸준히 운동하고, 아침은 꼭 챙겨 먹으며, 탄단지·무비물을 균형 있게 섭취하라고 한다. 기본적인 이야기지만, 어른들은 안다. 이게 제일 지키기 어렵다는 것을. 언제나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기 때문이다. 

     

     

     

    ✅출처: 재능을 돈으로 바꿀 수 있을까 - 프리랜서의 절망과 희망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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