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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나를 드러내는 ‘퍼스널 브랜딩’ 노하우 by. 이진선아하 에세이 2022. 10. 13. 13:43
꾸준히 글만 쓴다고 구독자가 늘어날까?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언제부터 글을 썼길래 브런치 구독자를 이만큼 모았느냐고. 글쟁이들만 모인 플랫폼에서 6,500여 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이 질문은 전제가 잘못됐다. 일반적인 생각과 다르게 글을 쓴 기간이나 글의 개수는 구독자수와 상관관계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온라인 글쓰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중요한 개념이다. 이걸 알고 글을 쓰는 사람과 모르고 글을 쓰는 사람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벌어진다.
글을 오래 썼다고 해서(시간의 양), 글의 수가 많다고 해서(산출물의 양) 구독자가 당연히 많은 것은 아니다. 물론 우리는 시간과 산출물의 양이 구독자수와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를 자주 본다. 하지만 '반드시'는 아니다.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글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도 그리고 글의 수가 몇 개 되지 않아도 놀랄 만큼 많은 수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
반면에 몇 년 동안 꾸준히 글을 써왔지만 또는 100개가 넘는 글을 축적했지만 구독자수가 놀랄 만큼 적은 채널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내 경우를 말하자면 브런치를 시작한 건 5년 전이지만 실상 본격적으로 글을 쓴 기간은 겨우 6개월이다. 이 당시에 10여 개의 글을 썼는데 구독자의 3분의 2는 이 시기에 확보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저 운인 걸까? 아니면 필력의 차이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인지도의 문제일까?
'무작정 많이'가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
사람들은 흔히 무조건 많이 쓰다 보면 어떻게든 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양질 전환의 법칙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나 역시 양이 질로 전환된다는 말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양질 전환의 법칙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무작정 많이 하면 된다는 조언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무조건 많이'라는 말이 무언가를 잘하게 만드는 구체적인 원리를 몰라서 상황을 대충 넘기기 위한 쉬운 대답으로 활용되는 것에 있다. 다른 하나는 '무조건 많이'하면 방향을 모르고 가기 때문에 굳이 거쳐가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실패를 거듭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무언가를 잘하기 위해 실패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하지만 실패 중에서도 더 좋은 자양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실패가 있다고 한다면 어떨까? 방향성이 없는 실패는 자칫 열정을 소진하고 더 나은 쪽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분산시켜 힘을 낭비하게 만든다.
나의 채널에 분명한 ‘테마’를 부여할 것
디자이너라는 직업적 특성 때문인지 나는 무언가 시작할 때 관련 자료를 엄청 많이 찾아본다. 참고할 거리를 찾아보는 일명 벤치마킹은 '얼마나 많이 보는가' 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에 방점을 찍는 것이 좋다. 나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던 시점에 잘 나가는 작가들을 몇 명 선정해서 일정 기간 관찰하며 분석했다. 이때 주의 깊게 본 것은 글의 성격, 공유수, 구독자수의 관계다.
글이 어딘가 유명한 채널이나 포털에 링크되어 조회수와 공유수가 많이 올라갔어도 정작 구독자수는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왜일까? 어째서 그 많은 사람들이 들어왔다가 구독 버튼을 누르지 않고 이탈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채널에 '테마'가 없기 때문이다. 낱낱의 글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아져 힘을 발휘하려면 테마가 있어야 한다. 벤치마킹을 하면서 알게 된 이 중요한 발견은 브런치를 포함해 '콘텐츠를 축적하는 온라인 채널'이라면 어디에나 해당하는 이야기다.
독자가 구독 버튼을 누르는 과정을 거칠게 요약해 보면 이렇다.
1. 어딘가에서 글의 제목을 보고 관심을 끌면 '제목 클릭'
2. 읽고 좋으면 '좋아요 클릭'
3. ‘좋아요’를 눌렀으면 '리스트로 이동해 다른 글 제목들 스캔'
4. 다른 글들이 지금 글과 연관된 테마 안에 있으면 '구독 클릭'
일단 어떤 글을 읽고 ‘좋아요’까지 눌렀다면 그 사람은 글의 테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 만일 ‘좋아요’를 눌렀는데 구독을 누르지 않았다면 잠재적 팬을 한 명 놓친 것이다. 그저 혼자 보고 만족할 것이 아니라면, 많은 사람과 지속적으로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고 싶은 것이라면 채널에 ‘테마(성격)’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테마가 없는 채널은 글이 힘없이 나열될 뿐 매력이 없다. 독자는 낱개의 글이 재미있다고 해서 구독 버튼을 누르지는 않는다. 비록 글의 수는 많지 않더라도 글 사이의 관계가 잘 드러난다면 하나로 뭉쳐지며 힘을 갖게 된다. 독자는 관심 있는 테마 안에서 글이 축적되는 과정을 보고 다음 글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구독 버튼을 누른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에서 채널을 개설하거나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나만의 테마를 설정하는 일은 글을 잘 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그렇다면 퍼스널 브랜딩을 위한 나만의 테마를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 다음 화에서는 이 내용을 주제를 다뤄보려 한다.
글. 이진선
2007년, 디지털 에이전시에서 일을 시작해 웹과 앱, 프로모션 페이지 등을 디자인했다. 일하며 마주한 의문들을 열심히 수집하며 답을 찾았으나 번아웃으로 퇴사한 뒤, 프리랜서로 연 수익 1억 원을 거두며 10년 차 디자이너가 되었다. 2019년, 일터에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에 관해 기록하기로 다짐하고 카카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연재한 글로 ‘제8회 브런치북 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커뮤니티형 온라인 교육 스타트업 '한달어스'를 공동 창업해 2년 동안 운영했다. 지금은 브랜딩 디렉터, 작가, 디자이너, 자기발견 디렉터라는 직업을 병행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가치를 디자인하는 사람, 실패보다 가능성을 보는 사람, 일에 진심인 사람들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사람을 꿈꾼다. 지은 책으로는 <사수가 없어도 괜찮습니다>가 있다.
연재를 진행합니다
'직장인을 위한 퍼스널 브랜딩 글쓰기'를 주제로 이진선 작가의 에세이가 매월 1회 연재됩니다.(총 6회) 아래의 제목을 클릭하면 글로 바로 이동합니다.
- 3화. 온라인에서 나를 드러내는 ‘퍼스널 브랜딩’ 노하우(👈🏻현재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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