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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니멀리스트의 정보 수집법 by 진민영
    아하 에세이 2022. 6. 15. 09:59

     

    몇 해간 고정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아침 루틴이 한 가지 있다. 바로 7시에서 9시 사이 출근 전 두 시간가량 간단한 집안일을 하며 라디오를 듣는 일이다. 하루치 굵직한 국내외 정세는 이 시간에 전부 파악한다. 조간지 한 부를 열람하는 것에 준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를 잘 정제된 언어로 접할 수 있는 귀한 아침 시간이다.

     

    정보는 까다롭게 선별하고 인색하게 소비한다. 한 가지 신뢰할 수 있는 매체를 선정해 그것이 생산하는 군더더기 없는 60분어치 보도에 귀를 기울인다. 이 한 시간을 매일 몇 해간 습관화하니, 적어도 나의 무지로 인해 사회적 실례를 범할 일은 없다. 요즘은 세상 돌아가는 정국에 눈이 어두우면 나도 모르는 새 남에게 짐을 지우는 시대다.

     

    라디오를 제외한 정보 소식지는 사용하지 않는다. TV 없이 산 지는 10년이 다 되어가고, SNS는 글을 쓰기 위한 플랫폼 외에는 활용하지 않는다. 휴대폰은 메모, 지도, 전화, 문자, 이메일, 메신저 정도의 기능만을 한다. 이마저도 업무 시간에는 철저한 비행기모드다.

     

     

    Goran Ivos

    양질의 인풋은 양질의 아웃풋이 된다. 나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기에 내게 양질의 정보 섭취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긴 사유와 관찰의 시간을 거친 정성이 들어간 인풋은 세상을 보는 안목을 성장시키고, 현명하게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을 길러준다. 반면, 막무가내로 줏대 없이 집어먹은 정보는 내 시야와 내면을 혼탁하게 한다. 적극적으로 눈과 귀를 적절히 감고 닫지 않으면 내 안은 실속 없이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이 되기 십상이다.

     

    정보의 출처는 단일화하고, 청취와 열람은 고전적인 방식으로 한다.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영상보다는 음성과 활자, 전자 매체보다는 종이 매체를 선호한다. 기기는 가급적 유능하지 못한 구형으로, 인터넷보다 책을, 잡지보다 신문, SNS보다 영화 또는 다큐멘터리를, 10분짜리 영상보다 두 시간짜리 팟캐스트를 신뢰하고 선택한다. 만드는 데 품이 적게 들어간 지식과 정보는 일차적으로 경계한다.

     

    보는 것보다 보지 않는 것이,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이 더 많지만 세상사에 눈이 어두워 불이익을 입은 적은 없다. 오히려 편집과 편식을 일상화하니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눈이 더 밝아진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내게 꼭 필요한 한두 가지를 가려내어 나의 오늘에 플러스가 될 정보만을 똑똑하게 취하는 사용자가 된다.

     

    일본에 살 적 돈을 아끼기 위해 데이터 없는 저렴한 요금제를 사용했다. 그래서 한 시간이 넘는 지루한 출퇴근길을 반려할 들을 거리는 필수였다. 자기 전 어김없이 다음 날 들을 두 시간 내외의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을 저장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호흡이 긴 정보는 사용자에게도 투자를 요구한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골똘히 고민하고 사유의 깊이를 다져갈 귀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양은 줄이되, 내가 선택하여 받아들인 모든 정보와 지식은 나를 형성하는 데 기여를 한다.

     

    인터넷도 되지 않는 휴대폰으로 두 시간 통근길, 책 한 권을 읽거나 관심 가는 주제의 팟캐스트를 들었다. 내 귀를 통해 들어오는 호스트의 대화 소리에만 모든 감각을 집중한다. 어느새 소란스럽던 전철 안은 조용해지고 주변은 흐릿해진다. SNS도 카카오톡도 유튜브도 없이 1년간 나의 아침을 동행했던 건 느리고 제한적이나 지극히 세심하게 큐레이션 된 읽을 거리, 들을 거리였다.

     

    짧지 않고 가볍지 않은 소량의 정보를 엄선하고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오랜 시간 느리게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야를 구축하고 그것을 집필 활동으로 확장하는 데 보탬이 된 것은 결코 많고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아니다. 제대로 읽은 한 권은 어설프게 가까이한 열권의 책보다 앞선다. 나를 전문가로 만드는 데 필요한 건 꼼꼼하게 읽은 한 권의 책이다.

     

    그리고 이 믿음은 독서를 넘어, 지성을 소비하는 모든 영역에 통한다고 굳게 확신한다.

     

     

     

     

    글. 진민영

    내향인, 미니멀리스트, 에세이스트. 외향인이 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돌고 돌아 본래 자신의 모습인 내향인으로 살고 있다. 글쓰기와 팟캐스트로 소통하며, 틈틈이 낯선 공간으로 찾아가 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지은 책으로는 『조그맣게 살 거야』, 『없이 사는 즐거움』, 『단순하게 사니, 참 좋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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