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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은 배운 만큼 늘고, 배운 만큼 누린다아하 스토리 2021. 6. 30. 15:12
모두가 지쳐 있다. 더 이상 지칠 수 없을 만큼. 우리는 숨 가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연일 빼곡한 일정을 소화하며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주어진 목표를 완수하고자 불철주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할 일 목록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모든 일을 끝마치면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어떻게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때로는 더 열심히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비난하며 바쁘게 사는 나 자신에게 중독되어간다.
우리는 쉬면서도 쉬지 못한다. 식사를 하면서도 메일을 확인하고, 잠깐 짬을 내어 산책하면서도 업무에 관해 생각한다. 퇴근 후에도 메신저의 알람은 그칠 줄을 모르고, 전화벨은 쉴 틈 없이 울린다. 전쟁 같은 하루를 마치고 겨우 한숨 돌리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내일 해야 할 일들로 가득하다.
여행지에서도 와이파이를 찾으며 늘 온라인에 접속 상태여야 하고, 휴가를 가서도 마음 한편은 은은한 죄책감에 휩싸여 있다. 긴장이 일상화된 나머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꽉 쥐고 있던 주먹에서 힘을 뺄 수가 없다. 과연 어떻게 쉬어야 하는 것일까.
나에게 그 답은 항상 물이었던 것 같다. 나는 물에 기대 쉬었다. 휴식이 필요할 때면 자연스레 물이 있는 곳을 찾았다. 넓고 탁 트인 강과 마주하면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듯했고, 해변에 앉아 파도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보면 모든 걱정이 바다로 흘러가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폭포수는 쌓인 스트레스를 말끔히 씻어주었고, 뜨끈한 온천에 몸을 담그면 묵은 피로가 스르륵 녹아내렸다. 또 고즈넉한 호숫가에서 잔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무 생각이 없어지면서 마음이 한없이 평온해졌다.
물을 이야기할 때면, 수영도 빠뜨릴 수 없다. 수영은 단지 운동이나 스포츠가 아니다. 그것은 충분한 휴식을 선사하는 행위이다.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면 끝없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고, 차가운 시냇물에서 물장구치면 무더위가 단번에 날아간다. 깨끗한 인피니티 풀에서 유영하면 깊은 안식을 얻을 수 있고, 늦은 저녁의 한적한 수영장에서 수영하면 여유롭게 하루를 마무리하게 된다. 평소에 수영을 하지 않는 사람도 휴가철이면 바다나 계곡으로 떠나 수영을 즐기듯,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수영은 안성맞춤이다.
인류는 언제나 수영을 했다. 역사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졌지만 물을 가르며 헤엄치는 일을 멈춘 적은 없다. 고된 노동에 시달린 후에도 수영을 하며 온갖 고통과 시름에서 벗어났고 물속에 머무르며 긴장과 피로를 해소했다. 또, 방전된 에너지를 회복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수영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즐거움을 주었고, 각박한 생활에 여유를 주며 생을 발전적으로 이끌었다. 수영을 함으로써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여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수영그림을 통해 마음껏 휴식하는 법을 배워볼 수 있다.
#힘들지만 힘들지 않은 하루
힘든 날일수록 나를 보살펴야 한다. 마음이 지칠수록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야 하고, 고민이 많을수록 아침을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한다. 정신없이 바쁠수록 동네를 천천히 산책해야 하고, 컨디션이 안 좋을 수록 창문을 활짝 열고 기지개를 켜야 한다. 힘든 일투성이라고 해서 그날 하루 전체가 고통으로 가득 차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힘겨웠던 하루 중에 단 몇 분이라도 괜찮을 수 있다면 그로 인해 그 하루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 힘들었던 날이 아니라, 힘들지만 견딜 만했던 날로 정의될 수 있다.
#삶을 의미있게 만드는 것
현대인은 바쁘다. 바쁜 이유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런데 그렇게 분주한 와중에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나들이하고, 퇴근 후에는 티타임을 즐기고, 짬짬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존대한다. 그들이 결코 할 일이 없어서 쉬는 것이 아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고, 마음을 쓰고, 노력을 기울여 휴식을 갖는 것이다. 나는 그런 이들이야말로 아름답고 강한 존재라고 믿는다.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이니까. 자기 삶을 사랑하는 이들이니까. 글씨를 배우던 어린 시절, 엄마는 '휴식'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렇게 알려주었다.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소중한 거야."
#일상 속 작은 일탈
사는 게 지겨운 날이 있다. 유난히 발걸음이 무거운 날,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날, 괜스레 짜증이 솟구치는 날이 있다. 어제까지는 괜찮았는데 오늘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는 일탈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삶을 버리고 도망치라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잠시 일상을 탈출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매일 가던 길이 아닌 평소에 가지 않았던 길로 가보는 일.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을 찾아 목청껏 소리 지르는 일. 집이 아닌 펜션에서 하룻밤을 묵거나 인적 없는 개인 풀장에서 나체로 수영하는 일. 그렇게 작은 일탈을 즐기다가 일상으로 복귀하면 조금은 달라진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일상을 맞을 수 있다.
글. 우지현
화가, 작가. 꾸준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다. ‘바다의 시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그림을 담은 화집 <더 포스터 북 by 우지현>을 펴냈고,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백온유의 <유원>,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시티 오브 걸스> 등 여러 책의 표지화를 그렸다. 저서로는 <나를 위로하는 그림>, <나의 사적인 그림>, <혼자 있기 좋은 방> 등이 있다.
출처. 풍덩! 완전한 휴식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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