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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당장 시작하고 싶은데 자꾸만 미루게 돼요아하 스토리 2021. 6. 16. 12:59
많은 사람이 ‘해야 하는 걸 알면서’ 혹은 ‘꼭 해낸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심지어 ‘다이어리에 손수 써두기까지 했는데’ 행동으로 옮기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강의 자료 만들겠다고 앉아서 인터넷 기사 검색만 30분. ‘아, 정신 차려야지’ 하고 또 한 시간. “어? 점심시간이네. 우선 밥부터 먹고.” 발등에 불이 활활 타올라야 겨우 시작한다.
나는 게으른 걸까? 의지가 약한 걸까?
왜, 이토록 미루고 중간에 스르르 그만두게 될까? 나란 사람, 게으름뱅이에 의지박약인가?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주목해야 할 개념이 있다. ‘꾸물거림procrastination’이다. 심리학에서는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거나 일을 미루는 것을 ‘꾸물거림’ 혹은 ‘지연 행동’이라고 표현한다. 적당히 여유 부리는 수준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계속 미뤄서 결국 나쁜 결과를 얻는데도 이 패턴을 버리지 못할 때, 꾸물거린다고 할 수 있다.
일 좀 미룬다 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유명한 TED 강연이 있다. 팀 어번Tim Urban은 심리학자는 아니지만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Inside the mind of a master procrastinator’라는 강연에서 꾸물거리는 이유를 그 누구보다 직관적이면서도 재미있게 설명했다.
그는 꾸물거리는 사람의 뇌에는 합리적 의사 결정자와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가 살고 있다고 표현했다. 꾸물거리는 사람의 머릿속에도 합리적 의사 결정자가 살고 있기 때문에 늘 비합리적이지는 않지만 그놈의 즉각적 만족 추구 원숭이가 이길 때가 많다.
즉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원숭이가 우리를 장악하고 있을 때, 우린 해야 할 일보다 당장 하고 싶은 일, 재밌는 일을 하게 된다. 꾸물거림의 시작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우리에겐 ‘패닉’이라는 최후 저지선이 있어서 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그제야 움직인다. ‘큰일 났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라는 불안감이 닥쳐야 몰아치듯 일하는 것이다. 어쨌든 기어이 일을 해내긴 하니까 이 패턴은 반복된다. 그렇게 벼락치기 인생이 된다.
팀 어번의 설명은 심리학적 견해와도 일치한다.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것은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고대부터 먹을 것이 있을때 먹고, 잘 수 있을 때 자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다. 이런 원시적 본능이 남아 있기에 지금 당장 즐겁고 편한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러니 좀 꾸물거린다고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인간의 본능이니까 말이다.
습관적으로 미루고 있다면 내 안에 그 답이 있다
스스로 하겠다고, 하고 싶다고 생각한 일도 미루는데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아니라면? 미루기는 극대화된다. 셸던Sheldon과 엘리엇Elliot의 자기-일치 모형에 따르면 목표가 개인의 욕구 및 가치와 일치할수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결과 목표 달성 확률이 높아진다. 그에따라 심리적 만족감도 더 많이 경험한다. 반대로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목표가 아닌, 그저 남들 보기에 좋아 보이는 일, 그렇게 안 하면 죄책감이나 수치심이 들어서 세운 목표, 스스로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일을 추구할 때는 자꾸 미루거나 작심삼일이 될 확률이 높다. 취미 활동은 부지런히 하면서 회사 일은 미루게 되는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중략)
무조건 해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솔직하게
미루는 이유와 꾸물거림 유형을 알게 됐다고 해서 갑자기 계획을 잘 지키는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현재를 점검하는 것부터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까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작심삼일에 그치지않고 할 일을 할 수 있을까?
내 행동을 관찰하고 기록하기만 해도
미루는 습관을 고칠 수 있다
변화의 첫 번째 단계는 정말 미루고 있는지, 언제, 어떻게, 얼마나 미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기준이 높은 사람들은 충분히 제때 잘 해내면서도 스스로 미루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루를 시간대별로 잘게 쪼개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기록해보자.
벌써 마음이 어려워진다. ‘그거 쓰고 있을 시간에 그냥 일을 하겠네’ 싶기도 할 것이다. 하루를 전부 기록하기 힘들다면 집중해서 뭔가를 하고 싶은 시간대를 정하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살펴보자. 반복해서 관찰하다 보면 미루기 패턴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별것 아닌 듯한 단순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다.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 로버트 커렐스Robert Carels 팀의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트 다이어리, 운동 다이어리를 꾸준히 쓴 사람들은 쓰지 않은 사람보다 체중을 더 많이 감량하고 운동을 더 많이 했다. 셀프 모니터링self-monitoring효과다. 무엇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운동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는지,오늘 몸무게는 몇 킬로그램인지 관찰하는 것만으로 옳은 것을 선택하고 지속할 수 있었다.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앉은 자세를 셀프모니터링 하게 했을 때, 그 빈도가 낮든 높든 셀프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시간이 훨씬 길었다. 어떤 형태든 스스로를 관찰하고 점검하는 과정이 원하는 행동을 하게 할 확률을 높였다.
혹시 지금 ‘효과는 잘 알겠고요. 그런데 저는 좀 귀찮고요. 정 그렇게 효과가 있다면 내일부터 쓸게요’라고 생각하진 않았는가? 내일을 떠올리는 순간 이미 미루기가 시작되었다. 지금 당장 써보자.
위 내용은 책 <모든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에서 발췌했습니다.
전체 내용은 아래 책에서 보실 수 있어요.
글. 김혜영(마거)•이수란(대박사) 지음
- 심리상담연구소 마음을거닐다 소장, 마거
- 이것저것 다 하는 심리학 박사, 대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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