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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치 사카모토 유고집 출간 기념 전시에 다녀왔습니다아하 꾸러미 2023. 7. 13. 15:03
류이치 사카모토 음악은 주로 잠들지 못하는 밤에 자주 듣곤 했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곡은 따로 모아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들을 정도였는데,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뉴스 댓글에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덕분에 힘든 시절을 이겨냈어요' '위로해 주셔서 감사해요' '벌써 그립습니다' 같은 댓글을 읽을 때면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에 기대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류이치 사카모토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출간 기념 추모 전시에 다녀왔다.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댓글 창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번 추모 전시는 피크닉 별관에서 진행되는데, 피크닉은 지난 2018년 개관전으로 류이치 사카모토의 전시 ‘LIFE, LIFE(라이프, 라이프)’를 진행했었던 공간이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전시 기간: 2023년 7월 13일 ~ 7월 30일
- 전시 시간: 화요일~일요일, 10시~18시(입장 마감 17시 30분)
- 장소: 피크닉 별관,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남창동 194) / 회현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 무료 전시
전시의 시작은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암으로 투병하면서도 일본 문예지 '신초'에 연재한 칼럼을 엮은 것으로, 제목은 그가 음악을 맡았던 영화 <마지막 사랑>의 내레이션 일부를 차용했다. 그는 이 문장이 마치 삶의 고비에 있는 자기 모습 같다고 고백했다.
전시는 피크닉 별관 3층과 4층 두 곳에서 진행된다. 입구인 4층에 들어서면 류이치 사카모토가 살아온 타임라인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더불어 그의 유고집과 마지막 오리지널 앨범 《12》를 직접 볼 수 있으며, 그를 그리워하는 예술가들의 추천사도 함께 읽어볼 수 있다. 4층 전시에서는 유고집을 구매할 수 있으며, 이곳까지 온 관객들을 위한 무료 엽서도 배포하고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유고집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는 암과 함께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그가 삶의 마지막 고비에서 되돌아본 인생과 예술, 우정과 사랑, 자연과 철학 그리고 음악과 깊은 사유에 관한 기록을 담았다. 더불어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23년 3월 26일까지의 일기도 특별 수록되어 있어서 그의 마지막 목소리를 담은 책이라 볼 수 있다.
4층 전시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이 티베트의 타르초를 재해석한 관객 참여형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데스크에서 추모 손수건을 받아 류이치 사카모토에게 미처 보내지 못한 마음을 작성한 뒤 이곳에 묶어두면 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추모 손수건이 살랑살랑 흔들렸는데, 나는 이 모습이 마치 손은 흔드는 인사 같았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이곳이 빽빽하게 채워질 모습을 상상하니 기대가 되었다.
더불어 4층 전시에서는 류이치 사카모토가 설립한 국제 삼림보호단체 모어 트리스의 10주년을 기념하여 제작된 스툴을 볼 수 있다. 그는 모어 트리스 외에도 전 세계를 무대로 전방위적으로 활동하였는데, 3·11 대지진을 계기로 어린이 재생 기금 단체를 설립해 지진 피해 지역 학교의 망가진 악기를 무상으로 수리하고 교체해 주는 활동도 진행했다. 이렇게 그는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진 시대의 예술가이기도 했다.
3층 전시는 계단을 내려가 두꺼운 커튼을 열면 시작된다. 어두운 전시 공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2021년 1월 류이치 사카모토의 말이다.
저는 앞으로 암과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여러분이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2021년 1월, 류이치 사카모토류이치 사카모토는 2020년 6월 직장암 진단을 받고, 또다시 암이 재발하였음을 알게 되어 치료를 시작한다. 하지만 같은 해 겨울에 직장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되어, 치료받아도 생존 확률이 5년 안에 50%밖에 되지 않는다는 진단을 받는다. 수많은 대수술을 받으면서도 그는 소속사를 통해 위와 같은 말을 전했다. 암에 걸린 것이 아닌 '살아가게 되었다'라고, 또한 '조금만 더 음악을 만들어 보겠다'라고. 이러한 표현들을 통해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음악을 향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3층 전시에선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애 마지막 순간에 일기처럼 써 내려간 글과 함께 그의 음악, 사진, 영상을 통해 그가 살아온 흔적을 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표지에 실린 오래된 피아노에 관한 이야기와 그가 예술적으로 영감 받은 친구들 그리고 음반 이야기까지. 군데군데 놓인 헤드셋을 통해 영상으로 오래전 그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을 수 있다.
3층의 하이라이트는 안쪽에서 진행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연주 영상이다. 이 영상은 그의 마지막 피아노 콘서트로 일본의 대표적인 미디어아트 그룹 '덤 타입'의 영상인데 꼭 현장에서 들어보길 권한다. 컴컴한 전시장에서 흑백으로 흐르는 화면과 풍성한 사운드의 질감까지. 듣고 있다 보면 눈앞에서 그의 연주를 듣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몰입된다.
전시 첫날이었음에도 수많은 사람이 그의 추모 전시를 찾았다. 특히 3층의 연주 영상 앞에서 한참을 앉아있는 사람이 많았는데, 집중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 사람이 남긴 기록이 누군가의 세계에는 얼마나 의미 있는지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전시를 보는 내내 그에게 좋은 음악을 선물해 주어 고마웠다고, 미처 전하지 못한 인사를 하는 느낌이기도 했다.
이후 피크닉의 정기 프로그램으로 음악 감상회도 1회 특별편성 될 예정이다. 소식은 여기 피크닉 공식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추모 전시는 7월 30일까지 서울 피크닉 별관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이라면 이번 기회에 찾아가 인사를 건네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준 그의 음악은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에 기억될 것이다.
- written by 루비
출처
▶ 도서 │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 주최 │ 위즈덤하우스, 기획 │ 피크닉
▶ 사진 │ ⓒRuby, ⓒSa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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