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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일 동안 출퇴근 지하철에서 매일 책을 읽어 보았다😎
    아하 꾸러미 2023. 3. 24. 14:55

    좋아하는 동네책방, 땡스북스

    지하철을 타면 습관처럼 SNS를 본다.

     

    회사와 집은 지하철로 왕복 2시간. 사무직으로 종일 모니터를 보다가 또 핸드폰을 보고 있자니 언젠가부터 눈이 뻑뻑해졌다. 보고 싶어 본다기보다, 괴로운 출퇴근을 잊고 싶다 보니 습관이 되어버렸다.(어느 정도 중독인 것도 같다)

     

    그러다 문득 이 자투리 시간이 아까워, 혼자만의 챌린지를 시도했다. 바로 출퇴근 지하철에서 책 읽기. 무언가를 시도하면 장비부터 검색하는 소비 요정으로서, 좋아하는 동네 책방인 땡스북스에 들려 출퇴근 지하철에서 읽을 책을 골랐다. 작고 가벼운 책부터 봄의 계절과 어울리는 책까지. 한 권을 사려고 했는데 고르다 보니 욕심이 생겨 몇 권을 더 사게 되었다. 괜찮아! 좋아하는 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행복도 있으니까.

     

    고른 책은 총 4권. 과연 다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다만, 작심삼일 반복하면 못할 것이 없으니까. 일단 딱 7일만 시도해 보자 싶었다. 

     

     

     

    DAY 1. 월요일 출퇴근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월요일엔 집을 나서는 동시에 퇴근하고 싶다.(ㅋㅋ) 그래도 잊지 않고 책 한 권을 챙겼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산뜻한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를 가방에 쏙 넣어 지하철을 탄다. 모지스 할머니의 어록을 모아둔 책으로 페이지에 여백도 많고 산뜻해서 월요일 아침에 꼭 맞다.

     

    모지스 할머니는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하나로 손꼽히는 화가라고 한다. 70대 중반이 되어서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할머니.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친근하고 다정하고 명랑한 기운에, 나도 그림 속 시골길로 뛰어 들어가 자전거를 타고 싶어 진다. 할머니의 그림처럼 정다운 말들이 이 책엔 가득했다.

     

    그저 실없는 이야기나 잔뜩 늘어놓고 웃고 또 웃다 보면 당신도 그 나이가 될 거예요.
    앞으로 나아가야지요. 저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p. 8, 12 중에서

     

    반복되는 출퇴근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월요일 아침, 할머니의 밝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는 피식 웃음을 짓게 한다. 물론 다 읽지 않았다. 못했다기 보단 남겨 두었다. 이 책은 언제든, 어느 페이지든 열어 읽고 싶은 책이라, 반 정도 읽고는 핸드폰을 켜 일기를 썼다. 오늘 꽂힌 문장은 '시간은 언제나 똑같이 흘러갑니다'. 나머지 페이지는 오늘처럼 지치는 월요일에 또 꺼내보면 좋겠다.

     

     

     

     

    DAY 2. 화요일 출퇴근

    할매 떡볶이 레시피

     

    제목에서부터 군침이 싹 돈다. 무슨 이야기일까 입맛을 다시며 꺼낸 이 책은,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지하철에서 들고 읽기에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색감도 톡톡 튈 뿐 아니라 고급스러운 소재의 양장이라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더 좋다.

     

    《할매 떡볶이 레시피》는 교도소에 다녀오면 조직을 준다는 말에 16년 감옥살이를 한 기철에게서 시작되는 소설이다. 출소했더니 조직은 해체되어, 돌아갈 곳이 없어 어머니가 운영하던 '할매 떡볶이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곳에서 자폐 스펙트럼을 가졌지만 똑 부러지는 중학생 손님 상혁을 만난다. 세상에서 탈락한 기철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된 상혁은 이 떡볶이 집에서 만나 우정을 쌓게 되는데, 읽다 보면 정겹고 또 달큰한 게 코 끝이 찡하다. 

     

    “아니 떡볶이랑 만두 파는 데서 단호박이 왜 필요해요?”
    “떡볶이 양념장 만들 거야.”
    “어떻게 하는 건데요?”

    단호박 양이 많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단호박은 정말 딱딱했다. 껍질을 벗겨내고 커다란 식칼로 자르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팔뚝에 핏줄이 부풀어 올랐고, 식칼을 잡는 곳이 따가웠다.
    - 《할매 떡볶이 레시피》 p. 35-36 중에서

     

    아침에 이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오전 근무 내내 떡볶이가 땡겼다. 근처에 단호박을 넣은 떡볶이는 없지만, 회사 근처 합정엔 조이 떡볶이가 있다. 선배들을 이끌고 떡볶이 한 접시와 김밥, 순대, 어묵까지 시켜 먹으며 아침에 읽은 소설 이야기를 했다. 소설은 또 다른 책 이야기를 했고, 한참 우리는 떡볶이를 먹으며 각자가 읽는 책 이야기를 했다. 달짝지근한 순간이었다.

     

     

     

    DAY 3-5.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회사를 다니며 매일 생각한다. 시간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고. 회사 일이 중요하다는 이유로 몸이 아파도 컴퓨터를 켜고(이 글을 쓰는 오늘 그랬다), 부재중 떠있는 가족의 전화에도 타이밍을 놓쳐 버린다. 그럴 때면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이 삶의 끝엔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종종 우울해지기도 한다. 그럴 땐 시간이 잠시 멈춘다면 좋겠다고, 멈춘 시간 속에서 하고 싶었던 것을 몰아서 하고 싶단 생각도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자신만의 온전한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깊은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산책을 하고 글을 쓰며 삶의 여백을 누린다. 시간처럼 마음에도 여백이 생겨 이전보다 상냥해지는 모습을 발견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공감이 되면서도 빠듯하게만 흘러가는 나의 하루에 아쉬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삶을 다정한 시선으로 보는 안내자를 따라가다 보니, 더 좋은 곳으로, 더 밝은 곳으로 가야지 하는 마음이 든달까. 비록 이곳이 사람 많은 퇴근 지하철이라 해도.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늘만 버티면 주말이야'란 생각을 자주 하곤 했는데,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나의 행복을 주말에 몰아서 생각하지 않고, 지금의 순간에 대해 생각했다. 지금의 나, 지금의 내가 하고 싶은 것, 쏟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을. 그러다 보니 버텨야만 한다는 오늘의 순간도 근사함을 입는 것 같았다. 

     

    시간이 생기면? 하루를 어떻게 쓰고 싶어? 혼자가 된 밤이면 일기장 여백에 틈틈이 ‘진짜 가지고 싶은 시간’에 대해 적어보곤 했다. 괴로운 것을 피해 뒷걸음치는 인생 말고, 좋은 것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는 삶을 살고 싶어서. 그런 물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덜 쓴 희망을 발견한 사람처럼 조용히 기뻐졌다.
    -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하루가 다 내 것이었으면」중에서

     

     

     

     

    DAY 6-7. 다시 월요일 출퇴근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주말은 금방이면서, 월요일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른다. 그래도 잊지 않고 무릎에 펼쳐 읽기 좋은 책을 챙겼다. 보통 책을 편하게 보려고 책등 쪽을 쫙쫙 누르면 꼭 모양이 손상되었는데, 실로 꿰매어 제본하는 사철 방식은 종이 결도 잘 보여 예뻐서 좋고, 페이지가 일자로 잘 펴져서 좋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는 제주의 작은 마을에서 강아지 네 마리, 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그들과 함께 사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에게 전하는 의심 없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제주에 텃밭을 가꾸고, 바다에 뛰어 들어가 수영하고, 아기자기한 마을을 산책하는 풍경을 읽다 보면, 당장 회사가 아닌 김포공항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들뜬 마음을 다시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은 제주를 닮은 푸른색으로 그려진 일러스트와 그 속에 담긴 누군가의 평화로운 일상이다.

     

    사람들이 빡빡한 지하철에 몸을 싣고 회사로 가는 길이지만, 아름답고 다정한 이야기의 온기는 내게도 전해져 작은 힘이 된다. 유독 용기와 평화와 잔잔한 행복이 필요한 월요일,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내가 자란 집. 검박한 사람들. 아버지와 엄마가 성실하게 함께 만든 이 작은 우주는 홀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우리들의 마당으로 날아온다. 다시 서툴게 그 우주가 이어진다. 내가 보고 자란 대로 나도 그렇게 오종종하게 나의 집을 채우며 살아간다. 그렇게 인생은 계속된다.
    -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p. 41 중에서

     

     

     

     

    7일 챌린지 후기

    7일 동안 지하철에서 책 읽기는 나름 성공(!)했다. 물론 끝까지 읽지 못한 책도 있고, 집중이 되지 않아 핸드폰을 한 날도 있다. 고비는 역시나 작심삼일. 2일 까지는 시작 버프로 어떻게든 책을 펼쳤으나, 3일 차부터는 의지의 문제였다. 그래도 집중이 되든 안되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책을 펼쳤다. 무엇이든 한 줄은 읽게 되었고, 어떤 날은 아하! 마음을 울리는 순간을 만나기도 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되니, 대중교통에서 책 읽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온종일 피곤했을 텐데 책을 쥐고 있는 건 어떤 마음일까 조심스레 살피게 된다. 7일 챌린지 후기라고 하기엔 너무 짧은 시도라 머쓱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바쁘게만 사느라 잊고 있었는데 역시 책은 재밌다. 내가 이래서 책을 좋아했지, 기억하는 순간도 있었다. 이동하는 시간에 책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은연중에 나는 덜 조급해졌고, 지금 내린 선택이 어떤 힘을 갖는지 알 것도 같았다.

     

    이 습관을 계속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퇴근하면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으니까.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뭐라도 할 힘조차 없는 날이 많다. 그래도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작심삼일 반복하는 의지를 잊지 않도록, 일에 매몰되지 않는 나만의 선을 지켜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written by 루비

     

     

     


    '좋아하는 책을 읽어가는 기쁨도 크지만, 좋아하는 책을 편안한 공간에서 고르는 기쁨도 큽니다.'라는 땡스북스의 문장을 보고 이 책방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땡스북스를 방문할 때면 '좋아하는 곳에서 책을 고르는 기쁨'을 알게 되기 때문. 때마다 바뀌는 전시를 보는 재미도, 책방 지기님들이 남겨주신 책 코멘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신없이 집중해서 구경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네다섯 권을 덥석 집어 들게 된달까.💌

     

     

     

    사진 속 이야기들

    ▶ 책방 │ 땡스북스

    ▶ 도서 │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 《할매 떡볶이 레시피》,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각자 원하는 달콤한 꿈을 꾸고 내일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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