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인생의 단계마다 변화를 마주하며 전환기와 위기를 경험한다. 그리고 이 위기는 자아정체감을 획득할 기회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은 당연하고 쉬운 일 같지만 ‘진짜’ 나다움을 찾으려면 수많은 질문과 경험이 필요하다.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는 것은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지금의 내 모습은

문화와 사회에 적응한 결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비교적 안정되고 통합된 답을 할 수 있으려면, 즉 자아정체감을 가지려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부터 인식해야 한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기개념 self-concept이라고 부른다.

 

키가 큰지, 잘생겼는지, 어깨가 넓은지 와 같은 ‘신체적 자기개념’, 친구를 잘 사귀는지, 인기가 있는지 와 같은 ‘사회적 자기개념’, 쉽게 우울해지는지, 겁이 많은지, 잘 웃는지와 같은 ‘정서적 자기개념’, 기억력이 좋은지, 창의적인지와 같은 ‘지적인 자기개념’ 등 자기개념은 수없이 많다.

 

내가 어떤 자기개념을 얼마나 가졌는지 궁금하다면 자기소개를 해보면 된다. 나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할 수 있는가? 사람들은 자기개념이 진짜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의 자기개념은 이미 문화와 젠더, 상황의 영향을 받은 결과물이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의 문화가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설명할지를 결정하기도 한다. 

 

흔히 서양은 독립적인 자기개념independent view of self을, 동양은 상호 의존적인 자기개념interdependent view of self을 가졌다고 표현한다. 서양에서는 눈이 파란색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가치관이 어떤지가 자기소개의 핵심이라면, 동양에서는 어느 지역에서 태어났고 누구의 자식이며 어떤 학교, 어떤 직장을 다니는지가 자기소개의 핵심이 된다.

 

유튜브에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샘 리처드Sam Richard 교수의 강의 영상이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이 영상에서는 서양과 동양의 자기개념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리처드 교수는 미국인 학생 한 명과 한국인 학생 한 명을 앞으로 불러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자신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무엇을 잘하는가? 어떤 재능이 있는가? 자신이 우수한 학생이라고 생각하는가? 같은 질문이었다. 미국인 학생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비교적 분명히 말하고 스스로 제법 우수한 학생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인 학생은 자신은 그저 보통 학생일 뿐이며 조금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 학생은 4점 만점에 3.8점을 받고 2년이나 일찍 조기졸업을 하는 학생이었다. 이 학생이 미국에서 자랐다면? 자신은 무척 뛰어난 학생이며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성취를 이루어왔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문화가 자기개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사례다.

 

문화만큼이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젠더gender다. 사람들은 자신의 젠더와 일치하는 모습은 쉽게 자기개념에 포함하지만 불일치하는 모습은 애써 외면하거나 상황 탓을 한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눈물이 많다고 말하는 남자보다는 여자가 훨씬 많다.

 

현재의 주변 상황도 자기개념에 영향을 준다. 무채색 계열의 점잖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 틈에 핑크 핫팬츠를 입고 있다면 톡톡 튀는 패션에 감각이 남다른 사람이라는 자기개념을 갖겠지만, 모두가 형형색색 독특한 옷을 입은 패션의 거리를 걷고 있다면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할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을 자기개념에 포함할 가능성이 높은데, 각자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제한적이다. 당신이 속한 세상이 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당신의 유난함이 무난함으로, 당신의 평범함이 특별함으로 여겨질 상황들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자기개념 가운데 일부는 자기 자신이 속한 문화와 상황에서 특정한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명문대를 조기졸업할 만큼 뛰어난데 그저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저 자기 생각을 잘 말할 뿐인데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버릇없고 튀는 사람이라는 자기개념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나의 자기개념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문화가 요구하는, 사회와 상황에 적응해버린 자기개념을 한 꺼풀 벗겨낸 나는 어떤 모습인가? 여자이기 때문에 혹은 남자이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은 무엇인가?

 

내 안에

너무 많은 내가 있는 것이

당연하다

 

자아정체감을 갖는다는 것은 단 하나의 진짜 자기를 찾는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자기 모습을 인정하고 이 모습을 관통하는 나라는 존재를 깨닫는 것에 가깝다. 다양한 자기개념 중에 어떤 것은 진짜 나이고 어떤 것은 가짜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문화나 상황, 젠더 등의 영향을 받아 객관적인 모습과 거리가 먼 왜곡된 자기개념을 갖고 있다면 수정할 필요가 있지만, 오늘 진짜라고 느낀 내 모습이 먼 훗날 돌이켜 보면 또 다른 가면일 뿐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양한 자기 모습을 갖는 것은 트렌드가 되었다. 직장인이면서 공부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샐러던트, 직장인이면서 작가인 사람을 가리키는 샐러라이터 등 정체성이 다양한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도 많아졌다. 부캐(제2의 캐릭터) 열풍 또한 이런 트렌드를 보여준다. 이렇게 한 사람이 다양한 정체성을 갖는 것을 멀티 페르소나 multi-persona라고 한다. 상황에 맞게 가면을 바꿔 쓰듯 다양한 정체성을 넘나들며 자신을 표현하는 현대인을 일컫는 말이다.

 

대박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꼼꼼하고 열정적이다. 〈알편심〉 녹음을 할 때는 대박사라는 닉네임 뒤에서 조금은 자유롭고 편안해진다. 집에서 엄마가 되는 순간에는 아이에게 다정하고 싶지만 화를 잘 내고, 아내로서는 엄격하기도 하고 무심하기도 하다. 친구들에겐 든든하고 무난한 사람이지만 선배들이나 친한 언니들에겐 손이 많이 가는 존재다. 이중에 무엇이 진짜 대박사인가? 어떤 모습은 꽤 만족스럽고 어떤 모습은 아무도 몰랐으면 싶기도 하지만 이 중에 진짜를 고르라면 고를 수 없다.

 

자아정체감을 갖는다는 것, 진짜 나다움을 발견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과 친해지는 과정이다. 누군가와 친밀감을 느낄 때를 떠올려보자. 그 사람의 다양한 면을 발견했을 때, 미처 예상하지 못한, 남들은 모르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정말 친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내가 누구인지 분명하게 대답하려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속속들이 알아야 한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재료를 많이 준비할수록 더 멋진 한 상 차림이 탄생할 것이다.

 

 

👇실천해봅시다👇

 

위기를 맞닥뜨렸을 때, 나다운 나를 만나는 법

 

1. 위기에 대한 생각을 전환하자

발달 단계에 ‘전환기’와 ‘위기’가 포함됨을 기억하자. 누구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그 위기는 누구에게나 두렵고 낯설다. 지금 경험하는 혼란은 자연스럽고 당연함을 기억하자. 위기는 어쩌다 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오는 것이다. 위기는 나다운 내가 될 수 있는 기회다.

 

2. 위기의 순간에 도움이 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① 나는 무엇을 했으며, 그것이 나 자신과 타인,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②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있는가? 앞으로도 계속되길 원하는가?

③ 지금 내 삶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가?

④ 지금의 위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금 상황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⑤ 나의 재능은 무엇이며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

⑥ 아무런 보상이 없다 하더라도 흔들림 없이 붙잡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3. 이전과는 다른 행동을 시도해보자.

늘 먹던 음료만 마신다면 새로운 음료를 마셔보고, 늘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면 지하철을 타보고, 동창 모임에 한 번도 나가본 적이 없다면 이번엔 나가보자.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다.

 

4. 반드시 자아정체감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자.

자아정체감을 완성해야만 하는 때는 없다. 조바심이 날 때면 스스로에게 말해보자. 아직 더 많은 내 모습이 있을 것 같은데, 느긋한 마음으로 두고 보자.

 

 

 

 

🔰 위 내용은 아래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모든 마음에는 이유가 있다>

나를 인정하고 타인을 긍정하는 마음 성장 연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