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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말은 솔직한게 아니라 무례한거죠
    아하 스토리 2021. 5. 3. 20:21

     

    @shutterstock

     

     

    “‘고상한 척한다’(snobbish)고 알려진 영국인들에게 인정받아서 더 기쁘고 영광이네요.” 재치 있는 발언으로 고상한 영국인에게 큰 웃음을 준 배우 윤여정의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소감이다. 최근 각종 시상식 수상소감부터 인터뷰, 광고를 넘나들며 솔직한 목소리를 내는 그녀의 화법은 연일 주목받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 팀 S의 화법도 나에게는 연일 화제다. '슈가슈가씨 머리했네? 아쉽다 지난번이 더 나은데', '지난 회의 때 낸 아이디어 말이야, 그건 좀 별로더라', '지난 그 프로젝트는 잘 안될 것 같았어 '

     

    언뜻 보면 둘 다 솔직한 말하기를 구사하지만 반향은 전혀 다르다. 한 쪽은 위트 있다며 공감하지만 다른 한쪽은 기분이 나쁘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솔직한 말하기의 핵심은 듣는 사람인 '상대'를 고려하느냐에 달렸다. 내가 내뱉는 이 '솔직한'말들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로 인해 어떤 파장이 생길지 예측해야 한다. 내가 한 말이 만들어 낼 일들을 예측하는 것까지 솔직한 말하기를 한 사람의 책임인 것이다. 특히 사회생활에서는 어떠한 일이 발생한 배경과 그과 관련된 사람들의 각자 처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드는 작업이다.

     

    에너지가 많이 들다보니 예측 작업을 건너 뛰고 '솔직한' 말만 내뱉는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솔직한 말들은 대체로 최악의 결과들을 초래한다. 솔직함이라는 무기로 공격받은 상대방은 사실과 상관없이 '기분'이 나빠질 수 있고 나빠진 기분은 이후 그 사람과 엮일 대부분의 상황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무례한 언어에는 ‘나’만 있다. ‘내 감정, 내 욕구, 내 생각이 이러니 너도 거기 맞춰줘야 한다’라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다. 그렇기에 표현에 배려나 조율, 협상의 여지가 없다. 유연하게 다른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뜻을 관철하려는 욕구만이 드러난다. 그래서인지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그들이 가진 고집과 아집 탓에 함께하는 공간조차 날 선 에너지로 가득 찬다.

    솔직한 사람들도 분명 자기 감정, 자기 욕구를 전한다. 하지만 그들의 표현엔 자기 말을 듣는 타인의 감정과 욕구에 대한 고려가 있다. 이런 사람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수용할 만하고 상황이 불가능할지라도 고려해보고 싶게 만든다. 듣는 이의 상황과 감정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표현하기 때문이다. 솔직한 사람은 알고 있다. 자신이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전달하는 만큼, 상대방 역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존중받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상대방이 이 말을 들었을 때 무슨 기분을 느낄까?’라는 질문을 품고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상당히 크다.

    <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노은혜 지음

     

    무례하지 않게 솔직한 말하기를 하려면 무엇보다 무례함과 솔직함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이 둘은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전달해 상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되기에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내가 내 감정, 욕구, 생각에 충실한 것처럼 상대도 마찬가지임을 인정하자. 그리고 상대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덧,

     

    한 발 더 나아가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한 말들이 나에게 들린다면 이렇게 대응해본다. 이런 질문들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훅- 치고 들어오니 늘 염두해두면 좋다.

     

    • 상대가 약간 선을 넘는 농담을 할 때 → 저 그런 농담은 별로 안 좋아해요.
    상처가 되는 말을 했을 때 → 저 생각보다 상처 잘 받아요
     무리한 부탁을 해올 때 → 이건 할 수 있지만 그것까지는 제가 하기 어렵습니다
     부담스럽게 캐물을 때 → 그 얘긴 이제 안 하고 싶어요. 우리 다른 이야기할까요?
     외모를 가지고 놀리는 발언을 할 때 → 외모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조심했으면 좋겠어요
     항상 자기 맘대로 이끌어가려는 사람에게 → 저 이번에는 이렇게 해보고 싶어요

    나도 상대도 부담 없도록 자연스럽게 말하면 된다. 처음엔 용기가 필요하지만 늘처음이 두려운 법. 나와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알아야 할 안내나 주의사항을 종종 알려줄 필요가 있다. '깨지기 쉬우니 조심히 다루어 주세요'라고 쓰여 있는 물건 사용설명설명서처럼 말이다. 그러면 상대도 나를 대하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농담해도 되는사람, 막말해도 받아주는 사람, 늘 부탁해도 되는사람, 소위 '쉬운 사람'이 되어버릴 수 있다. 초연하게 알려주자. "저 쉬운 사람 아니에요" _  <말하기의 디테일> 강미정 지음

     

     

     

     

    참고자료

    - 윤여정 수상 소감에 ‘고상한’ 영국인들이 ‘빵’ 터진 이유

    - <말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노은혜

    - <말하기의 디테일> 강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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