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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범한 것이 가장 소중하다 by. 집밥 둘리 박지연
    아하 에세이 2025. 2. 19. 22:58

     

    우리는 사소한 것들이 지닌 중요성을 잠시 잊곤 합니다.
    최근 집에 전자레인지가 한동안 없어지면서 아, 전자레인지 하나가 이렇게 큰 역할을 했었구나하고 새삼 느꼈어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사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느끼시곤 하나요?

    비싼 외식을 하더라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의 공간은 집에서 평범하게 만든 소고기뭇국, 총각김치, 된장찌개, 소시지 반찬으로 채워야 비로소 몸과 마음에 진짜 배부름을 가져다주는 듯해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그래서 집밥을 하고요.

    그런 평범한 집밥의 기억 속에는 저마다 수만 가지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슷한 듯 다르지만, 결국 정말 비슷해서 신기하기까지 한 공감과 추억을 공유한다는 것이 아주 소중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들과 따뜻함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제 글을 읽고 누군가가 문득 떠오르거나 미소가 지어진다면 좋겠습니다.

     

    ⓒ박지연,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옛날 빵집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아닌 동네에 있는 옛날 빵집을 지날 때 ‘햄버거’라고 정직하게 쓰인 포장지에 싸인 수제 햄버거를 가끔 마주하곤 한다. 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도 이상하게 궁금하고 사 먹고 싶어진다. 보나 마나 뻔하다. 채 썬 양배추 샐러드와 닭고기가 섞인 패티, 달걀프라이가 들어가는 집도 있고 거기에 운이 좋으면 치즈가 들어가거나 아니면 없거나. 소스는 그냥 케첩과 머스터드. 봉지 안을 볼 수 없어 마치 랜덤 뽑기 장난감을 고르는 느낌이다. 레시피도 정해진 것 없이 그 제과점 제빵사의 손맛에 따라 만들어진다. 생김새도 모르고 속도 모른 채 일단 사 먹을 수밖에. 같은 햄버거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수제 패티가 들어간 뉴욕 출신 ‘쉐이크쉑 버거’와는 가격도 맛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뉴욕에서 물 건너온 쉐이크쉑 버거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동네 빵집에 있는 햄버거 같은 사람인가. 둘 다 섞어놓은 사람인가.

     

    남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가는 것들을 찾고 먹는 게 좋다. 옛날 느낌이 나는 제과점을 지나칠 때 이 맛을 떠올리는 이들은 여전히 세련된 베이커리가 아닌 그냥 동네 빵집에서 파는 야채빵이라든지, 고로케 라든지, 맘모스빵이라든지로 추억을 채우곤 하는 것 같다. 만화 <영심이>에서도 나오듯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미팅 같은 것도 제과점에서 많이 했었지. 큰 접시에 한가득 담긴 여러 종류의 빵을 포크로 찍어 먹었다.

    오늘은 동네 빵집에서 사 온 깨가 송송 박힌 햄버거 번을 버터에 굽고, 닭고기가 섞인 패티에 양배추를 듬뿍 올려 특별한 소스 없이 마요네즈와 케첩만 아낌없이 뿌린다. 그리고 체더 치즈와 신선한 달걀프라이도 추가. 오이를 슬라이스 하거나 양파를 구워 올려도 좋다.

    뭔가 가정 수업 시간에 만든 맛이 날 것 같은 조합이다. 거기에 바닐라 향 나는 셰이크를 곁들여 먹는다.

     

    ⓒ박지연,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옛날 햄버거 RECIPE

    재료(1개 분량)
    햄버거 번(삼립), 냉동 햄버거 패티, 채 썬 양배추 1줌, 달걀 1개, 치즈 1장, 마요네즈 1큰술, 케첩 1큰술, 머스터드 2작은술

    만드는 법
    1. 달군 팬에 버터나 마가린을 올려 녹이고 햄버거 번을 올려 양쪽 면을 잘 굽는다.
    2. 햄버거 안에 들어갈 패티도 올려 굽는다.
    3. 취향껏 반숙 또는 완숙 달걀프라이도 한다.
    4. 햄버거 번 안쪽에 머스터드를 1작은술씩 펴 바른다.
    5. 한쪽 햄버거 번 위에 구운 패티를 올린다.
    6. 그 위에 채 썬 양배추를 올리고 케첩과 마요네즈를 뿌린다.
    7. 그 위에 치즈와 달걀프라이를 올리고 반대쪽 햄버거 번을 덮는다.
    8. 포장지에 야무지게 감싸 쪼르르 놓고 만족하며 친구들과 나누어 먹는다.

     

     

     

    ✅ 글: 박지연

    호기심이 많고 떡볶이를 좋아한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 요리를 전공했다. 지나가는 순간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좋아해 음식 및 관심사를 사진에 담는다. 인스타그램이 생기자마자 집밥이라는 콘셉트로 SNS를 처음 시작한 1세대 집밥 인스타그래머로, 텍사스에서 한국 음식을 그리워하며 올린 감각적인 요리 영상과 사진, 향수를 자극하는 솔직하고 담백한 글로 큰 사랑을 받았다. 현재는 서울에서 빈티지 스토어 겸 스튜디오 ‘아날로그 가제트’를 운영하며 오래된 추억들과 음식을 요리로 연결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유행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좋아하는 사람이고 싶다. 『집밥 둘리 가정식』을 썼다.
    (인스타그램 @doolygrams @analog_gadget)

     

    ✅ 출처: 마음 그리운 날엔 분홍 소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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