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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고상하게 사는 법
    아하 스토리 2024. 10. 9. 15:10

     

    내 주변에 매우 온순한 사람, 혹은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뭘 하더라도 받아들여주는 사람만 있다면 매일 얼마나 마음 편하게 살 수 있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타인은 내가 가는 길을 방해하고, 나를 방해하는 모습이 온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으며, 그 때문에 번잡스러운 일상을 보내게 마련이다.

     

    살면서 가장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간관계, 어렵고 괴로운 인간관계를 잘 풀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미움받을 용기》로 많은 사랑을 받는 작가이자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가 재해석한 《명상록》에서 그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 《명상록》은 제16대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노트에 그때그때의 사색을 적은 메모, 그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다스렸던 인생론이 담긴 책이다. 2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에게 통찰을 주는 책 《명상록》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침 일찍 너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오늘도 참견하기 좋아하고 은혜를 모르는 오만하며 정직하지 못하고 질투심이 많으며 사교성도 없는 사람들과 만나게 될 거라고 말이다 (2·1)

     

    이 말은 뜻밖에 싫은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보다는 예상해두는 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 맞닥뜨렸을 때보다 타격이 작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명상록》에 이런 말만 쓰여 있다면, 인간관계로 마음 아파하는 사람의 공감은 얻을 수는 있겠지만, 그저 공감에서만 그칠 것이다. 이어서 아우렐리우스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무지 탓에 본의 아니게 그렇게 한 것이며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러한 모든 결점은 선과 악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나는 선은 본질적으로 아름답고, 악은 추하다는 것을 알며, 내게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도 나와 같은 부류 — 다만, 피를 나누거나 출신이 같다는 것이 아니라 지성과 약간의 신성을 나누고 있다는 의미에서 같은 부류  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그들 누구에게서도 해를 입을 일은 없다. 누구도 나를 추악한 것으로 감쌀 수는 없기 때문이다 (2·1)

     

    여기서 ‘선과 악에 관한 무지’란, 도덕적 의미를 떠나 선은 ‘도움이 된다’, 반대로 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무엇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되지 않는지를 모르기에 실수를 범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실수를 범한 사람을 보고 자기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기가 결코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누군가가 네게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그가 무엇을 선, 혹은 악이라고 생각하여 실수를 저질렀을지 즉시 생각해보라. 그 점이 명확해지면 너는 그를 불쌍히 여기고, 놀라지도 화내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7·26)

    이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 너는 모든 사람에게 온화해질 수 있을 테니 말이다 (7·63)

     

    자기 역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면 무턱대고 화를 내거나 책망하지 못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고의로 그렇게 하거나 의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너그러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은 절대 잘못을 범하는 않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관용까지 베풀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분노나 증오, 혹은 슬픔 따위의 감정은 자신을 향한 타인의 언동이나 가족, 친구 등 친한 사람과의 이별 등에 의해 일어난다. 그러한 외부로부터의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아서 마음에 파도가 일어나는 것을 억제하고, 분노나 슬픔 가운데 있더라도 자신을 잃어버리지 않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강함과 체력과 용기는 그러한 사람에게 갖춰지는 것이며, 분개하고 불만을 품는 사람에게는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평정심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힘에도 가까운 것이기 때문이다. 또, 슬픔이 약자에게 늘 있는 것처럼 분노도 약자에게 늘 있다. 양쪽 모두(슬퍼하는 사람과 분노하는 사람)가 상처받고 굴복하고 만 것이다 (11·18)

     

    아우렐리우스는 분노, 증오와 같은 정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마음 상태를 ‘평정심’이라고 말한다. 평정심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우리는 타인 때문에 생긴 슬픔과 분노에 굴복하지 않게 된다.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와 부딪히는 바위와 같아라. 바위는 엄숙히 서 있고, 물거품은 그 주위에서 잠든다 (4·49)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더라도 ‘나’라는 바위에 몰아치는 파도의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엄숙하게 서 있으면 시기, 질투, 근거 없는 비판이나 비난이 들려와도 언젠가 파도는 가라앉고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폭풍우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라는 것은 아니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있어야 평정심을 가질 수 있다.

     

     

     

     

    ✅출처: 죽을 때까지 나를 다스린다는 것 - 인생이라는 파도에 휩쓸리지 않는, 명상록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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