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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쇼펜하우어 열풍의 이유
    아하 스토리 2024. 5. 26. 16:55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다.

    - 쇼펜하우어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쇼펜하우어 열풍이라고 불릴 정도로 쇼펜하우어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사는 게 고통’이라고 설파했던 대표적인 염세주의 철학자입니다. 염세주의라는 단어에서 ‘염厭’은 미워하고 싫어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염세주의는 세상을 악과 고통이 지배하는 곳으로 보면서 부정하는 철학적 입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심이 갑자기 커진 것은 우리 삶이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요? 또 이와 함께 많은 사람이 염세주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염세주의에 공감하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한국인이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고 있다는 것은 한국이 OECD 국가 중 자살률 최고라는 사실에서도 단적으로 나타납니다. 유사 이래 최대의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면서도 사는 게 힘들다는 비명이 요즘만큼 큰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빈부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고, 아울러 모든 사람이 어릴 적부터 경쟁의 격랑 속에서 허덕이고 있지요. 또한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마음의 안식처로 기능했던 기성 종교들이 더 이상 그러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철학을 현실에 대한 냉정한 관찰에 입각하여 전개합니다. 그리고 그는 솔직하게 인정합니다. 사는 게 고통이라고.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은 태어나면서부터 생존경쟁의 바다에 던져지고 자신보다 강한 자들에게 먹힐까 항상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간다고. 그나마 그러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나 평온을 누리는가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회색빛 권태에 짓눌린다고 말이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쇼펜하우어가 인생과 세계의 참상을 폭로하는 데만 그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고통의 원인과 그 극복 방안을 냉정하게 탐구합니다. 바로 이러한 쇼펜하우어의 철학적 입장과 탐구 방식에 수많은 한국인이 공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보통 삶에 쫓기면서 삽니다. 그러다 보니 삶의 크고 작은 문제에 빠져서 인생을 전체로서 생각해 볼 여유를 갖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삶의 고통은 궁극적으로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행복이란 무엇이고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 철학자답게 악의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우리 인생과 세계의 어두운 면을 집요하게 드러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 인간을 구제 불능일 정도로 이기적인 탐욕에 사로잡힌 존재로 보며, 세계 역시 뭇 생명이 생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는 장소로 그리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만큼 우리 인생과 세계의 어두운 면을 철저하게 폭로한 철학자는 없었던 것이죠.


    우리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고통을 느낍니다. 대학 입시에 떨어졌을 때, 취업이 뜻대로 안 될 때, 사업에 실패했을 때, 사랑하는 이성이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괴로움을 느낍니다. 이런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나다 보면 우리는 산다는 것 자체를 고통이라고 느끼게 되죠.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설령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져도 인생은 고통이라고 보았습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 이루어지면 우리는 평온한 행복감을 느끼기보다는 오히려 권태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우리는 종종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을 것 같은 유명 인사들이 마약이나 도박 혹은 성추행이나 성폭력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봅니다. 사람들이 이렇게 한순간에 추락하는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권태입니다. 이들은 권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 자극적인 것을 찾아 나선 것입니다. 인생은 채워지지 않은 욕망으로 인해 느끼는 고통과, 욕망의 충족 이후에 들어서는 권태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죽음으로 끝나는 것에 불과한 것입니다.

     

    이러한 삶의 실상은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면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갖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부모를 졸라서 간신히 얻지만 행복감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아이는 얼마 안 가 싫증을 느끼고 권태에 빠지거나 새로운 장난감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런데 아이들만 그럴까요? 성인들의 삶도 본질적으로는 동일하지 않은가요? 욕망의 대상이 장난감이나 인형에서 좋은 대학이나 직장, 큰 부, 큰 집, 매혹적인 이성, 명예, 높은 직위 등으로 바뀔 뿐 욕망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은 같지 않을까요? 그토록 갖고 싶어 했던 집이었지만 그것을 소유한 후 몇 달만 살아도 우리는 그것에 아무런 감흥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는 얼마 안 가 자기 집과 주위의 더 멋있는 집을 비교하면서 새로운 욕망에 사로잡히죠. 또한 온갖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할 정도로 깊이 사랑했던 두 남녀도 막상 결혼해서 함께 살다 보면 머지않아 서로에 대해 권태를 느끼게 되는 것이고요.

     

    우리는 보통 고통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습니다. 특히 자신의 고통을 남의 탓으로 돌릴 때가 많죠. 부모가 가난해서, 남편이 혹은 아내가 결함이 많아서, 자식이 공부를 안 하고 게임만 해서 등등. 고통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다 보니 우리는 온통 외부에 대한 불만에 싸여 있게 됩니다.


    그러나 쇼펜하우어는 고통의 원인은 우리가 ‘욕망의 존재’라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우리의 욕망은 한이 없기에 아무리 많이 가져도 결핍감에 시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자녀가 시험에서 90점을 받아 와도 부모는 100점을 받은 학생과 비교하면서 불안해하고, 연봉이 올라도 나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는 친구 때문에 괴로워합니다.

     

    우리가 욕망의 존재라는 데서 고통이 비롯된다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욕망에서 벗어나는 것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이성은 욕망의 지배를 받기도 하지만 욕망을 통제하고 더 나아가 욕망을 부정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욕망으로 인해 삶의 본질은 고통이라는 것. 쇼펜하우어는 이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환기함으로써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며, 뜻밖의 위안을 전하고 있습니다.

     

    쇼펜하우어는 세계와 인생의 어두운 면을 철저하게 폭로하면서 세상과 인생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통찰을 남겨 놓았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백 년이 지난 이 시점에도 우리가 쇼펜하우어를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그의 명쾌한 조언과 삶의 철학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출처: 내 삶에 새기는 쇼펜하우어 - 쇼펜하우어의 잠언을 직접 손으로 쓰며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쇼펜하우어 필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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