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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있었는데요, 없없습니다😇아하 스토리 2022. 8. 9. 00:27
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대화를 하든 결국 깔때기처럼 돈과 투자의 이야기로 수렴된다. '내 친구의 친구가 코인으로 10억을 벌어서 퇴사한대..'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나도 나름대로 높은 금리로 적금도 들고, 소소하게 투자하고 있는데 꼭 나만 돈을 못 버는 것 같아 슬플 때가 있다.
하지만 꼭 떼돈을 벌어야 인생이 바뀌는 걸까. 비록 '친구의 친구'처럼 수십억을 벌진 못했지만, 돈을 벌며 소소한 재미를 얻는 평범한 직장인 개미 투자자도 있는 법. 돈이 주는 기쁨과 슬픔은 우리 모두에게 있으니 말이다. 직장을 다니며 화장실에서 주식 시장을 보는, 평범한 이들의 돈 이야기 속 희로애락을 소개한다. 남 얘기 같지만 내 얘기 같은 돈 이야기. 이런 소소한 돈 이야기도 같이 하면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
💸 희: 돈이 주는 기쁨
인터넷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믿는다면, 혹시 그 돈이 충분하지 않은 건 아닌지 확인해보라.’ 나 또한 예전에는 그런 말을 믿었던 것 같다. 행복은 철저히 정신적인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시대에 말하는 ‘행복’이란 것을 추구하는 데는 상당한 돈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행복을 돈으로 살 수 없다고 하는 이유 중 사람들이 각자 행복을 느끼는 기준이 달라서라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라는 단순한 문장에는 역시 동의할 수 없다. 단지, 돈으로 행복을 사려면 스스로가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뿐이다. 막상 돈을 쥐었을 때 자신이 무엇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 알지 못한다면 제대로 돈을 쓸 수 없고, 그것 때문에 실패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니까.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혹자는 말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집을 사고 차를 사고 명품 가방을 사도, 그렇게 물질로부터 오는 것은 일시적인 행복일 뿐 아니냐고. 그러나 나는 애초부터 행복이란 지속되는 감정 상태를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원래 그렇게 생겨먹은 존재가 아닌가. 간절히 원하던 어떤 것을 손에 넣어도 잠시 기분 좋을 뿐, 그 기분이 지속되지는 않는다. 행복은 뭐랄까,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해왔을 때의 느낌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싶다.
확실히 행복은 물건이나 형체가 있는 것으로 치환할 수 없기에 돈으로 직접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은 내가 돈으로 산 것으로부터 문득문득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여유로운 주말, 깨끗하게 치운 내 집에서 늦은 브런치를 먹을 때.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고 추운 겨울이든 무더운 여름이든 내 차로 편히 출퇴근을 할 때. 날 좋은 날 큰맘 먹고 구매한 명품 가방을 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설 때. 그런 순간순간들 속에서 문득 ‘아, 나 좀 행복한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이런 마음들은 결국 돈이 가져다준 어떤 것들이 분명히 내 삶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렇기에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비록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있다고 단언하진 못하더라도, 살다 보면 이렇게 돈으로 살 수 있는 행복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 로: 돈이 주는 노여움
2020년 3월 19일. 앞으로 몇 년이 지난다 해도 나는 결코 그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은 내 증권사 계좌 잔고의 미실현 손익*이 -360만 원을 찍은 날이었다. 당시 내 시드는 1,000만 원 정도였으니, 아마도 수익률로 따지자면 -30~40% 정도였을 것이다.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어떤 종목이든 골라 네이버 증권에서 차트를 확인해보면, 2020년 3월 19일 무렵엔 하나같이 V자로 깊은 협곡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만 봐도 당시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자칫 멘탈이 크게 흔들리거나 패닉에 빠졌다면 패닉 셀을 해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초창기부터 ‘미실현손익은 내 돈이 아니다’라는 마인드셋을 철저히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바로 이전 달까지만 해도 내 곳간을 풍성하게 채워주던 삼성전자와 카카오 주식마저 마이너스를 찍고 있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둘 다 +20% 이상의 수익률을 자랑하며 순조롭게 성장 중이었는데… 결국 당시 실현하지 않은 그 평가손익금**은 세게 찾아온 하락장 한 방에 전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나는 당시 내 시드에 비해서는 큰 손실이었던 -360만 원이라는 금액을 사이버 머니로 생각하고 독하게 버텼다. 다행히 하락장에서 추가 매수를 적절히 한 덕에 2주 뒤인 4월 첫 주에 다시 수익권을 회복했다. 장이 생각보다 빠르게 회복돼서 얻어걸린 것이긴 하지만, 이 또한 애초에 본인이 종목을 잘 꾸렸다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긴 하다. 중요한 점은 내가 그 -360만 원 중 단 한 푼도 손절이라는 매도 형태로 실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미실현손익은 내 돈이 아니다’라는 나의 마인드셋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은 한결같다. 오로지 당일 매도로 익절한 수익만 내 돈이며, 반대로 손절해서 실현손익에 마이너스가 찍히지 않는 이상 나는 결코 돈을 잃은 게 아니다. 평가손익은 어차피 사이버 머니니까!
미실현손익은 그냥 현시점 나의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되어 있는지에 대한 성적표나 현황표와 같은 참고 자료 정도로만 보는 편이 낫다. 그러니 매일 들여다보는 MTS*** 내의 미실현손익 총액이 높다고 우쭐할 필요도 없고, 마이너스라고 절망할 필요도 없다. 내가 매도를 하지 않는 한, 그것은 결코 현실 세계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가끔씩 하락장이 찾아온다 하더라도 Don’t Panic. 잔고를 점령한 파란색과 비처럼 내리 꽂힌 -(마이너스) 표시가 거슬린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게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괜찮아, 이거 다 사이버 머니니까. 아직 실현 안 했으면 안 끝난 거고, 그러니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야.
* 투자자가 모든 투자를 매도하여 얻을 수 있는 잠재적인 손익
** 매입 금액을 기준으로 현재까지의 손익
*** Mobile Trading System 뜻으로, 핸드폰으로 매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 애: 돈이 주는 슬픔
직장인 개미의 가장 큰 고민은 바로 매수·매도 타이밍일 것이다. 주식장의 거래 시간은 9시부터 3시 반까지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시간 외 거래까지 쳐준다 해도 6시에는 문을 닫아버린다. 이러한 주식 시장의 시간표는 퇴근한 뒤에는 은행도 관공 서도 갈 수 없는 9 to 6 직장인의 비애 그 자체다. 그렇다고 해서 업무 중에 자리에서 주식 시세를 확인하거나 거래를 할 수는 없다. 자리에서 잠깐잠깐 MTS 켜서 주식하고 코인 하면 사람들은 어느새 귀신같이 알고 있다. 저 사람 주식한다고.
뻔한 말일지 모르지만 지금 당장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업 투자를 할 게 아닌 바에야 직장인에게는 직장인이 본업이다. 그리고 본업을 잘해야 더욱 안정적인 마음으로 재테크에 임할 수 있다. 그러니 들키면 평판만 나빠지고, 태업으로 회사에서 잘릴 가능성만 높아지는데 굳이 그런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자리에서 주식을 해야 할까 싶다. 그럼 직장인은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냐고? 그런 건 아니다. 직장인 투자자라고 해서 하루에 시세를 한 번도 확 인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단지, 시세를 꼭 확인해야만 한다면 타이밍을 잘 맞춰서 확인하면 된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모든 직장인이 근무시간 여덟 시간 내내 일만 하지는 않는다. 인간이니까 밥도 먹어야 하고 물도 마셔야 하고 화장실도 가야 한다. 그런 기본적인 생리 욕구를 해결하는 순간들을 잘 활용하면 된다. 하루 중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네다섯 번이라고 하면 점심시간을 포함해 최소 여섯 번 정도는 시세를 확인할 시간이 생긴다. 나는 꼭 강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과 중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정해두고 웬만하면 그때 맞춰 가는 편이다. 홍콩 시장이 열리는 10시 전후로 한 번, 점심시간 무렵에 한 번, 그리고 상하이 오후장이 열리는 2시에 한 번 정도. 주식 투자자들에게 2시는 ‘약속의 2시’로 불리는데 나는 가급적 이 시간에 맞춰 이를 닦는다. 이를 닦는 동안에는 그래도 다른 때보다 좀 더 여유롭게 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MTS 앱에 걸어둔 시세 안내 알림이 왔을 때, 급하게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면 벌떡 일어나서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종종걸음으로 화장실로 가긴 한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내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자리에서 몰래 보다가 걸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단, 이렇게 화장실에서 시세를 확인할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절대로 변기 위에서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에 너무 집중하다 보면 깜빡 시간의 흐름을 잊어버릴 수도 있고, 그렇게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항문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하니까 각별히 유의할 것.😂 그러니 일단 화장실에 가는 본연의 목적(?)은 순수하게 지키되, 화장실을 오가는 길이나 볼일 보고 손 씻는 전후에 짬짬이 시세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 락: 돈이 주는 즐거움
2000년대를 주름잡았던 〈무한도전〉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직까지 기억나는 유독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바로 목욕탕 물 빼기 대결 편이다. 전투복인 흰색 쫄쫄이를 차려입은 출연진은 작은 물바가지를 하나씩 들고 목욕탕의 배수구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 당연히 승부가 안 되는 게임이지만, 그럼에도 미친 듯이 목욕탕의 물을 퍼내는 출연진의 모습은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웃기면서도 왠지 모르게 감동적이기도 했다. 내 예상보다 승부가 훨씬 팽팽(?)했기 때문이다. ‘저걸 언제 다 퍼내나’ 싶을 정도로 목욕탕에 가득 차 있던 물은 방송 말미에는 출연진의 발목 높이까지 와있을 정도로 빠져 있었다. 비록 작은 바가지와 노가다의 결합이지만 최선을 다해 물을 퍼낸 것이다.
요즘 들어서 나는 부쩍 그때 봤던 물 빼기 대결을 떠올린다. 주로 내가 손절을 할 때다. 처음 주식을 시작하면 누구나 노하우라고 알려주는 것이 바로 손절* 선이다. -5%, -3% 등 주식 투자에 막 입문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손절 기준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수학 공식처럼 어떤 절댓값의 기준에 따라서 손절을 한다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는 회의적이다. 지수가 5% 하락해서 모든 종목이 5% 이상 하락하게 되더라도 손절해야 한단 말인가? 적어도 나는 주식을 시작한 이래 그런 판단을 내렸던 적은 없다.
워런 버핏은 가장 중요한 것은 ‘잃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렇지만 천하의 워런 버핏도 가끔씩은 거액의 손실을 보는 세상에 서 일개 개미 투자자가 절대 손실을 보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러니 나는 저 말에 숨겨진 뜻은 절대적으로 금전 손실을 보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멘탈의 평정을 잃지 말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주식 거래를 시작한 이래 일실현손익이 마이너스였던 날은 딱 3일 있었는데, 그 손절한 금액이 크든 작든 다음 날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손절한 금액을 기회비용으로 보고 다른 곳에 몰빵하여 본전 찾는 것으로는 기분이 회복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기분은 꼭 다음 날까지 이어져 나를 조급하게 만들곤 했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한 번에 손절하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을 익절** 로 마감하면서도, 물린 종목을 줄여나가는 나만의 손절법을 개발했다. 그것은 바로 익절한 비용의 20~30%만큼을 물린 종목 정리에 쓰는 것이다. 이른바 ‘선 익절 후 손절’ 원칙이다. 이 단순한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일단 익절한다.
2. 익절한 수익의 20~30%를 넘지 않는 비중만큼만 기존의 물려있던 종목에서 손절을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종목을 익절하여 10만 원을 벌었다면, 그동안 물려있던 종목 중에 구입 당시보다 주당 액면가가 1만 원씩 빠져 있는 종목 3주를 매도한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당일 익절은 7만 원이 되고, 물려 있던 종목은 비중이 준다. 나는 이 방법에 ‘목욕탕 물바가지 손절법’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무모한 도전〉 방송에서 물바가지로 목욕탕의 물을 조금씩 퍼냈듯이, 매일매일 이렇게 수익금의 비율을 맞춰 물린 종목을 조금씩 손절해나가다 보면 점점 비중을 줄이다 마침내는 완전히 손절할 수 있게 된다. 단지 이 모든 과정이 배수구로 물을 한 번에 빼는 것처럼 빠르지 않을 뿐이지.
비록 다른 손절에 비해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나는 이 방법으로 손절을 천천히 진행하는 게 멘탈의 평정 유지에 도움이 되었다. 매일의 마진은 플러스로 남으면서도 결국 골치 아픈 종목은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손절을 위한 무모한 도전을 하는 중이다. 잔고에 마이너스가 하나도 없어지는 그날까지!
+) 그렇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덮어놓고 손절을 고민하기보다는 애초에 종목 선정 자체를 신중하게 하는 것이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절대 손절할 일 없는 종목은 없더라도, 어쨌든 신중하게 골라서 들어간 거라면 오히려 그 실책을 인정하고 깔끔하게 털고 나오기도 좋다. 피치 못하게 손절할 경우에는 회복 탄력성이라도 챙겨야 한다.
*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매입 가격 이하로 파는 일
** 이익을 내고 주식을 판매하는 일* 해당 글은 <돈이 있었는데요, 없었습니다> 중 일부를 재구성했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의 돈에 대한 더 많은 희로애락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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