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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꼭 완독해야 하나요?' 이동진이 알려주는 독서법
    아하 스토리 2022. 5. 24. 14:13

    ⓒ이동진 독서법

    Q. 책을 많이 읽으면 좋다고 하는데, 책을 왜 읽어야 할까요?

    궁금한 것이 생기면 바로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은 더 이상 대단한 일은 아닙니다. 저 역시 필요할 때마다 구글링을 통해서 제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해 보기도 하고 필요한 내용을 수집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는 것이 용이하고 빠르다는 점은 이제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그런데 빠른 검색 결과로 나온 정보는 잘게 잘라진 것이고 그것을 감싸고 있는 문맥이나 전체적인 체계까지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보와 정보 사이에 존재하기 마련인 위계나 질서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파편화된 정보에만 의지하게 되면,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통찰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정보를 얻는 주요한 매체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책의 중요한 용도가 정보의 제공이라는 점은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책의 정보는 신뢰할 만하다는 게 큰 장점입니다. 인터넷으로 접하는 정보 중 조작되거나 잘못된 것을 일일이 다 거르기는 아주 어렵지요.

     

    게다가 책을 읽는 것이 정보 습득에 오히려 더 빠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의 정보는 상대적으로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구성하는데 더 시간이 걸립니다. 말하자면 미처 꿰지 못한 서말의 구슬들인거죠. 흔히 인터넷을 ‘정보의 바다’라고 하는데, 그렇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는 것이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깊이 있는 내용이 체계적으로 담겨 있는 책을 읽는 것이 역설적으로 정보를 얻는 더 빠른 방법일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 맥락과 위치를 아는 게 정보의 핵심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제가 첫 번째로 꼽는 책을 읽는 이유입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저는 자주 ‘있어 보이니까’라고 농담처럼 답하기도 합니다. 엉뚱하게 들릴지 도모르겠지만 저는 이 이유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있어 보이고’ 싶다는 것은 자신에게 ‘있지 않다’라는 걸 전제하고 있습니다. ‘있는 것’이 아니라 ‘있지 않은 것’을 보이고 싶어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허영이죠. 요즘 식으로 말하면 허세일까요. 저는 지금이 허영 조차도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정신의 깊이와 부피가 어느 정도인지 알고 있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래서 영화든 음악이든 책이든 즐기면서 그것으로 자신의 빈 부분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지적 허영심 일거예요.

     

    오늘날 많은 문화 향유자들의 특징은 허영심이 없다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는 합니다. 각자 본인의 취향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외 다른 것에 대해 무관심하거 나 배타적이기까지 합니다. 그만큼 주체적이기도 하지만 뒤집어서 이야기하면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든다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저는 ‘있어 보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 지적인 허영심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이 매우 좋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책을 읽는다고 말하는 것을 지지합니다.

     

     

    ⓒ이동진 독서법

    Q. 그렇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간되는 신간이 6만 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데 그중에서 자신이 읽을 책을 골라내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래서 어떤 책을 읽어야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저의 경우는 인터넷 서점에 자주 들어갑니다. 그리고 제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그러니까 문학, 예술, 인문 카테고리에서 새로 나온 책들을 쭉 봅니다. 우선 제목과 간단한 소개를 보고 관심이 생기면 클릭해서 들어갑니다. 인터넷 서점에 등록된 거의 모든 책에는 출판사의 보도자료나 책 소개 글이 나옵니다. 그것을 살펴보고 읽고 싶은 책들을 구입합니다. 시간이 나면 오프라인 서점을 한가롭게 거닐면서 손길과 눈길이 이끌리는 대로 책을 집어 들기도 합니다.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자신만의 기준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면,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으면 좋습니다. 좋은 책을 추천해줄 사람이 가까이에 있다면 그것은 행운이겠죠. 그런데 책을 읽고나서 같이 이야기할 사람과 마찬가지로 책을 추천해줄 사람을 찾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양한 매체와 온라인을 활용해야 합니다.

     

    주요 일간지들은 대체로 주말판 ‘북 섹션’을 통해서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책과 출판에 관한 간행물들, 리뷰 전문 잡지들도 있습니다. 이런 매체들은 나름대로 신중하고 전문적 으로 수많은 책들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꾸준하게 따라 읽다 보면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온라인에는 인기 많은 블로그들도 있고 책 관련 방송들도 있으니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봐도 좋지요. 하지만 이런 경우는 다소 취향을 타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솔직히 책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무렵에 책에 관한 멘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도 할 수 있는데 그것이 저를 상대적으로 강하게 만들기도 했고 시간을 낭비하게도 만들었겠지요.

     

     

    Q. 책은 꼭 완독해야 하나요?

    강연이나 방송 등에서 독서에 관한 질문을 받으면 제가 꼭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 책은 꼭 끝까지 읽지 않아도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단 책을 손에 잡으면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 즉 완독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더군요. 책을 읽기로 마음먹기까지도 힘이 들었는데, 그 책을 다 읽지 않으면 안 된다고 스스로 다잡고 있다면, 얼마나 벅차겠어요. 그래서 거듭 말합니다. 완독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완독에 대한 부담감을 버리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독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재미있어야 책을 읽을 수 있어요. ‘목적 독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사람은 사실 그렇게 의지가 강하지 않아서 목적만을 위해 행동할 수 없어요. 재미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습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라는 유명한 책이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1만 3천 년의 인류 역사를 지리 결정론으로 풀어낸 역작입니다. 당연히 분량도 방대하죠. 인류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 좋은 책이기도 하지만 몇 년 동안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도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기도 하고, 미디어에서‘필독서’, ‘추천도서’로 오르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는 읽어봐야겠다고 도전의식을 갖게 되었죠. 하지만 평소 이런 빅 히스토리에 관심이 없었거나 독서의 습관이 없다면 이 책이 쉽게 재미있게 읽히지 않을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책장이 잘 안 넘어간다, 그런데 마침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좋아하는 선배가 『위 대한 개츠비』가 재미있다고 이야기해 준다면, 마침 영화로도 유명한 그 소설이 더 재미있어 보이고 읽고 싶어 진다면, 과감하게 『총, 균, 쇠』를 덮고 『위대한 개츠비』를 잡아야 합니다.

     

    막상 『위대한 개츠비』를 조금 읽어보니 재미가 없을 수도 있죠.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시대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으면 약간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또 다른 책에 눈을 돌리고 집어 들어도 됩니다. 그러니까 책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겁니다. 다 읽지 못한 책을 책장에 꽂아둔다고 큰일 나지도 않고요. 버리시거나 헌책방, 중고서점에 팔거나 그 책을 좋아할 것 같은 사람에게 선물해도 좋겠지요. 그저 안 읽힌다면, 흥미가 없다면 그 책을 포기하시면 됩니다. 굳이 완독 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박찬욱 감독의 딸이 중학생이던 시절에 학교에서 가훈을 붓글씨로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었다고 해요. 우리 집 가훈이 뭐냐고 묻는 딸에게 박찬욱 감독이 ‘아님 말고’라고 했다죠. 정말 명쾌하 고 좋은 말 아닌가요? ‘아님 말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으면 정말 인생이 행복할 수 있어요. 내가 이것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면, ‘아님 말고’라는 태도만 갖게 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당당해질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삶에서는 절박한 상황 때문에 ‘아님 말고’를 외치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을 때는 그렇지 않지요.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면 과감히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아무리 유명한 책이라고 해도,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강추’한다고 해도 내가 읽을 때 재미가 없고 안 읽힌다면, ‘아님 말고’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꼭 읽어야 하는 책은 없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99명이 권해도 한 명인 내가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책에서 흥미를 느껴야 한다는 거죠.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반드시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 책은 없습니다

     

     

    * 출처: 이동진 독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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