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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에 '재미' 한 스푼 더하면🥄아하 꾸러미 2021. 10. 27. 16:58
신기하다. 상상 속에만 존재했던 만화 속 캐릭터가 드라마가 되어 실제로 말을 하고 살아가다니. 자기 전 매일 챙겨 보며 웃고 울었던 만화가 드라마로 탄생해 다시금 풍성한 재미를 가져다준다. 똑같은 하루에 퇴근 후 작은 재미 하나 더했을 뿐인데 만화 속에 들어있는 느낌이랄까? 요즘 내 일상에 '재미' 한 스푼을 더해주는, 만화 원작 Best 3을 소개한다.🐑 written by 루비
유미의 세포들
만화│이동건 저│2017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하고. <유미의 세포들>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역시 내 속엔 내가 너무나 많은 거였어!
<유미의 세포들>은 30대 직장인 유미와 유미의 세포들에 대한 이야기다. 유미 속엔 유미의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결정하는 '유미의 세포들'이 살고 있다. 배가 고프면 출출이가 잔뜩 성이 난 것이고, 사랑에 빠지면 사랑 세포가 하늘을 날고 있는 것이다. 짝꿍처럼 붙어 다니는 '감성 세포와 이성 세포', 자꾸 헛다리만 짚는 허당 '명탐정 세포'까지. 유미의 세포들 마을엔 없는 세포가 없다.
여기에선 유미의 상황에 따라 세포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축제를 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봤을 평범한 순간도 세포들을 들여다보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이야기가 된다. 원작자인 이동건 작가님은 '개인적으로 연애할 때만큼 온몸의 세포들이 살아 움직일 때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 정말이지 이 만화를 보고 있으면 내 속의 '루비의 세포들'이 움직이는 것 같다고 할까?(마침 필자의 이름이 루비다. 극중 루비와 같은 이름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유미의 세포들> 드라마 방영이 끝났다. 처음 방영할 때부터 만화와 닮은 싱크로율 때문에 이슈가 되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본 드라마는 더 재밌었다. 만화보다 더 만화 같은 세포들을 어떻게 화면으로 표현할지 궁금했는데, 아주 찰떡같은 애니메이션으로 변했다. 배우들의 연기과 전체적인 연출도 꼭 만화 같아서, 대학교 기숙사 침대에 자기 전에 누워 보던, 그래서 내가 좋아했던 웹툰을 보는 기분이라 드라마를 보는 내내 행복했다.
우리의 매일은 늘 내 맘 같지 않게 흘러간다. 한다고 하는데 매번 일을 망쳐버리고,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했다가 이별해버린다. 살다 보면 구름을 날 것 같은 날도 있고, 슬픔의 홍수에 잠겨 영영 사라지고 싶은 밤도 있다. 그런 날엔 언제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유미의 세포들>을 보며 깨달았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구나. 나만 바라보고 나만 생각하는 진짜 내가 여기에 있었구나 싶어서. 유미가 꼭 나 같았다.
유미의 세포들은 오직 유미를 위해 존재한다. 그들의 세계에선 유미가 세상의 전부다. 주인공은 오직 한 명뿐. <유미의 세포들>이 큰 사랑을 받은 것도 바로 다름 아닌 이것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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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의 세포들> 드라마 시즌1: tvN, 금/토 오후 10시 30분 (종영)
커피 한잔 할까요?
만화│허영만 저│2018
출판사에서 일하기 전에는 카페에서 일했다. 매일 카페에 찾아온 사람들의 커피를 내리고, 좋은 크레마를 추출하려고 머신과 싸우곤 했다. 커피에는 신비한 힘이 있다. 마시고 나면 기분이 차분해진달까. 심장을 뛰게 하는 카페인을 마시는데, 어떻게 차분해지냐고 물으면 글쎄.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비워 둔 시간 덕일까.
카페에서 일할 때, 가장 마음이 쓰였던 곳은 테이블이었다. 마주칠 일 없는 낯선 이가 카페로 들어와 손님이 된다. 그리고 손님들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그들이 누구인지 또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 그들이 커피를 가운데 두고 자신들의 세계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커피 한잔 할까요?>는 서울의 어느 작은 골목에서 커피에 대한 자부심으로 카페를 하고있는 주인공 박석 바리스타에게서 시작된다. 그런 그에게 한 청년, 강고비가 찾아와 우여곡절 끝에 커피를 배우게 된다. 예가체프, 케냐 AA, 콜롬비아, 브라질 등 원두의 산지와 분쇄 등으로 맛이 달라지는 커피 이야기부터, 손님들과의 소소한 이야기 그리고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커피를 마시며 이 만화를 읽고 있으면, 오래전 카페에서 일했던 그 날들이 떠오른다. 매일 출근해서 테이블을 닦던 기억, 원두의 분쇄와 무게를 맞추고 멋진 크레마를 위해 몇 번이고 커피를 내렸던 기억, 그래서 카페 안에 가득 찼던 커피의 향. 눈을 감지 않아도 지난날들이 만져지는 것 같다.
커피를 사랑하고 그래서 커피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카카오TV로 드라마로 방영된다고 하니 기대감은 당연히 높아졌다. 나의 기억에 만화 속 이야기가 더해지고, 또 그 위에 상상만 했던 인물들이 살아 숨 쉰다. 읽고 보다 보면 어디선가 커피 향이 나는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카페 안에 있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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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할까요?> 드라마: 카카오 TV, 목/일 오후 5시 방영
술꾼 도시 처녀들
만화│미깡 저│2014
이상하게 한잔하고 싶은 날이 있다. 술을 마시면 온몸이 붉어지고, 특이하게 뼈가 아픈 체질이라 잘 즐기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한 잔만!' 외치게 되는 날. <술꾼 도시 처녀들>을 읽으면 그렇다. 그냥 친구들을 불러선 술을 술술 마시고 싶어진다.
<술꾼 도시 처녀들>은 35세 동갑내기 세 친구의 '술 이야기'다. 정뚱, 꾸미, 리우를 중심으로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만화로, 읽다 보면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인데?'라는 생각이 든다. 이건 만화가 아니라 실제라고..
술을 사랑하는 세 친구는 무슨 일만 모이면 술을 마신다. 그리고 이어지는 술맛 나는 이야기들. 술 자체를 사랑하면서도, '이번에 내가 술을 못 끊으면 사람도 아니지'라는 뻔한 일상을 반복한다. 지긋할 정도로 지질해지고 반복되는 술자리 후일담, 그럼에도 다시 원하게 되는 술에 대한 애증까지 솔직하다 못해 투명하다. 그리고 술뿐인가!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안줏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풍부하다. '오늘의 추천 안주'라니.. 세상에.. 침샘이 자꾸 꼴딱꼴딱 넘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이 음식 덕도 크다. 나는 이 만화를 밤에 읽는 걸 좋아하는데, 이 책을 읽은 날이면 꼭 라면 하나를 끓여 먹고 자게 된다.(에잇..)
<술꾼 도시 처녀들>을 보면 친구들이 그립다. 워낙 이사도 많이 다니고 낯도 가리는 터라 친구가 많지는 않은데, 때로는 이렇게 북적북적 모여서 떠들며 같이 울고 우는 친구들이 부럽다. 술 한 잔의 핑계로 마음을 툭 내보이고, 울다가 웃고. 엉망인 모습으로 깔깔 웃고. 내가 부러웠던 건 어쩌면 맛있는 술과 음식이 아니라, 함께 그것을 즐겨 줄 친구가 아니었을까.
인생은 살면 살수록 고달프다.
(때론 인생의 디폴트 값=고난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한다.)
일도 연애도 미래도 때로는 보이지 않아 주저앉고만 싶다. 그럴 때, 필요한 책. '인생 뭐 있어? 그냥 한잔해!'.. '그런데 오늘 안주는 뭐 먹을 거야?'라고 고민 없이 말하는 책이다.
얼마 전에 드라마로 방영도 시작했는데, 첫 화를 보고 아주 깔깔 웃다 못해 뒤집어졌다. 만화 속에서 내가 상상하던 캐릭터와 드라마에서 재해석한 캐릭터의 차이가 크기도 크고, 술 마시고 노는 친구들의 보니 '아우, 이거 너무 실제 얘긴데?' 싶어 눈을 질끔 감으면서도 깔깔 웃는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유쾌하고 얼큰한 화면에 나도 모르게 금세 취하는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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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도시여자들> 드라마: TVING 웹드라마, 금 오후 4시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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