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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아하 꾸러미 2021. 10. 18. 14:40
무엇이든 쓰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몇 글자 일기장에 끄적여 보다가 이렇게 써도 되는 건가? 싶어 금방 노트를 덮어버린다. 나도 잘 써보고 싶은데,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아 속상하지만 일단 뭐든 끄적여본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 🐑 written by 루비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글쓰기│이다혜 저│2018
쓰고 싶은데 써지지 않는다. 멜랑꼴리 한 저녁, 책상에 스탠드 불빛 하나만 의지해 노트북을 펼친다. 지금 이 기분이면 되게 괜찮은 글 하나를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흰색 깜빡이는 커서를 마주하는데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쓰다 지우고 쓰다 지우다 보니 쓰고 싶은 마음은 쏙 들어가고, 아니 대체 글은 어떻게 쓰는 거야?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덮어 버렸다.
글이란 대체 어떻게 쓰는 걸까? 어떻게 시작해야 하고, 또 어떻게 쓰는 게 잘 쓰는 걸까? 내 마음에 들면서 남도 반응을 해주는 SNS 속 사람들을 글을 보면서 생각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글을 쓰는 근육을 키우라고 한다. 운동을 하듯이 매일 정해진 분량을 되든 안 되든 '일단 써보라는 것'. 아니 그게 말이 쉽지. 신입사원에게 가장 어려운 말이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라는 말인데, 그거랑 비슷하게 느껴진다. 뭘 모르는지 몰라요..
그래서 펼친 책. 제목에 누가 내 마음을 써둔 건가 싶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니. 소재를 발견하고, 발전시키기. 그리고 글 한 편을 쓰는 루틴처럼 글쓰기 힘이 붙을 수 있도록 신입사원 옆에 붙은 1:1 사수처럼 설명한다. 이건 이렇게 해보면 어때? 친절하게 하나하나 설명해 주면서. 뭘 모르는지 모르는 신입에게 '뭘 모르는지 알려주는 글쓰기 리스트'를 주며 짚어주는데, 잃어버렸던 글쓰기의 갈증이 조금씩 야금야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다. 누구에게나 다 신입 시절은 있기 마련이니까.
🔖내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내 생각을 발전시키고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서 글을 쓰려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소재 중심이 되고 후자는 주제 중심이 된다. 전자는 흥미로운 사실의 나열만으로도 글이 완성되지만 후자는 의견 혹은 결론 부분이 단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가지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관련한 키워드를 검색해 적당히 끼워 맞춘 글쓰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 중에서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글쓰기│이윤주 저│2021
회사 생활이란 오늘 괜찮다 싶다가도, 하루 걸러 꼭 일이 생긴다. 매일 크고 작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그럴 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분노를 잘근잘근 씹는데, 요즘은 사람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힘이 빠진다.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지쳐서. 그럴 땐 집에 돌아와 노트북이든 일기장이든 어디든 감정을 나열해 본다. 아무 말이라도 쓰다 보면 속이 다 시원하다. 쓰다 보면 감정이 욱해서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보이고, 내가 받은 상처도 보인다. 다만 다시 열이 오를 때가 있다. 아, 나 진짜 생각할수록 열받네?
하지만 아무 말이라도 연속해서 쓰다 보면 이상하게 뾰족했던 무언가가 결국은 둥글게 변하기도 하고 그렇더라. 눈물이 찔끔 나기도 하고,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내 말을 다른 누군가에게 옮길 일 없는 흰 종이는, 감정을 마음껏 배설해도 안전하다는 생각에 불안하지도 않다. 글쓰기는 내성적인 내게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피난처다. 이건 나만 볼 거고, 또 아니다 싶으면 찢어 버려도 되는, 아주 솔직한 마음이니까.
솔직한 글쓰기는 내게 또 다른 시선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스스로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고 생각하게 만들며, 글로 쏟아내고 나서는 나에게서 떨어져 종이로 옮겨붙어 좀 홀가분해지기도 한다. 슬픔과 분노, 부끄러움, 긴장.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도 나에겐 들킬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나 자신이 더 선명해지는 것도 같다. 이렇게 글을 통해 삶을 바라보고 만져보고 고쳐도 보고 돌아보면서, 조금씩 단단해지는 기분도 든다. 이렇게 나는 오늘보다 내일 더 진짜 내가 되는 거겠지. 그러니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
🔖삶은 성실하게 인간을 시험한다. 네가 버틸 수 있는지, 버틴다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못 버틴다면 어쩔 것인지. 바이러스가 신체를 위협하듯이. ‘믿는 구석’이 있는 인간은 버틸 수 있다. 그게 나한테는 글쓰기였다. 진통제처럼, 소염제처럼, 때로는 백신처럼.
-<어떻게 쓰지 않을 수 있겠어요> 중에서츠바키 문구점
소설│오가와 이토 저 / 권남희 역│2017
집에서 혼자 보는 글을 끄적끄적 써보다, 온라인에 올려볼까 생각하다 멈췄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엔 아직 내 글은 에세이보단 < 일기에 가까운 것 같아서. 남에게 보여주지만, 공개되지 않은 글을 생각하다가 편지를 떠올렸다. 내밀하지만 또 혼자만의 것은 아닌 글.
<츠바키 문구점>은 대대로 편지를 대필해 온 츠바키 문구점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포포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편지에 고스란히 담도록 노력하는 부분이었다. 어울리는 편지지와 편지 봉투의 지종, 필기구를 골라 어울릴만한 어투와 필체로 편지를 써 내려간다. 누군가의 시간을 정중히 대하면서, 자신이 쓰는 글에도 존중을 보이는 것 같아 울림이 있었다.
편지를 써 내려가는 포포의 어떤 루틴을 보며, 나도 따라 편지를 써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지 정하고, 어떤 모양으로 또 어떤 말투로 할지 생각해 본다. 그러다 보니 편지도 글쓰기도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일단 무엇이든 써보면 어떨까. 편지든 일기든 나 혼자 끄적이는 메모든.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지만, 쓰다 보면 조금씩 나아가는 사람은 있을 테니까.
🔖그때, 내 속에서 꼬물꼬물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혹시 화장실에 가고 싶은 건가, 생각했다. 그러나 아니었다. 무언가가 움직이는 곳은 내 뱃속이 아니라 마음속이었다. 마치 작은 씨에서 보드라운 싹이 터서 기지개를 켜듯이 희미하게 내 마음의 벽을 밀어 올렸다. 미미한 징조는 이윽고 또렷한 태동으로 바뀌었다. 나오지 못해서 줄곧 괴로워하던 그것이 지금 이곳에 와서 갑자기 출구를 찾았다. 쓰고 싶다. 꺼내 주어야 해. 지금 당장 여기서.
-<츠바키 문구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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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바키 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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