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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주거의 자유'를 이루는 방법 by 찍사홍
    아하 에세이 2023. 8. 9. 10:23

     

    빈 종이에 집을 한 번 그려보세요. 십중팔구 삼각형 모양의 지붕부터 그리고 아래에 기둥 두 개를 그린 다음 가로로 길게 땅을 그을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진짜 그렇게 생긴 집에 사는 것 맞나요?

     

    한국인의 70%가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면 대부분 위에서 설명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이것은 어찌 보면 많은 사람이 아직도 집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뜻 아닐까요? 또는 주거에 대한 가치관 자체가 또렷하지 않다는 뜻일지도요. 하자 아파트, 층간소음, 집값 폭락 얘기 나오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고, 산사태, 벌레, 관리 얘기 들리면 아파트가 최고인 것 같고, 이랬다가 저랬다가.

     

    요즘 경자’, 즉 경제적 자유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짧고 굵게 돈 벌어서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유행이라고도 하고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얼마가 있어야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는 걸까요? 10? 20? 아님, 100잠깐, 비슷한 질문을 주거의 측면에도 적용해봅시다. 주거적 자유, 즉 어떤 집에 살아야 이쯤이면 충분해를 느낄 수 있을까요? 있다면 그게 구체적으로 뭘까요? 서울의 브랜드 아파트 32? 신도시 역세권의 아파트?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꿈꾸지만 대체 얼마를 벌어야 만족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금액을 말하지 못하는 것처럼, 주거 문제에서 나는 완벽하게 자유롭다!’라고 느끼는 정확한 집의 형태, 위치, 크기를 머릿속에 정확히 그리고 있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극히 드뭅니다.

     

    그렇다면 주거적 자유를 꿈꾸는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경제적 자유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목표를 최대한 세밀하게 작성하라. 구체적인 계획을 연//일 단위로 적어라. 그래야 경제적 자유를 이룰 수 있다.”

    주거적 자유도 똑같습니다. 대신 여기서는 글이 아니라 그림을 그릴 것을 권하죠펜을 쥐고 내가 원하는 집을 최대한 디테일하게그려라. 방문 개수, 창문 크기까지 그려라. 그래야 겨우 비슷한 모양 하나라도 건진다.” 영 감이 안 온다고요? 이쯤에서 사례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름 아닌 제 얘기죠.

     

     

    *

    제 이모님은 미국에 사십니다. 이모부는 미국인이고 은퇴한 군인이시죠우리 가족은 이모님이 아무도 어떻게 사는지 몰랐답니다. 조금 부끄럽지만 일가친척이 미국 이모 집에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으니까요. 심지어 이모님의 결혼식에도요. 다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말이죠.

     

    제가 대학생일 때 한창 배낭여행이 유행이었습니다. 저는 식구들에게 갖은 생떼를 써서 겨우 미국행 비행기 티켓을 따냈는데요, 그 논리는 이랬습니다. ‘내 핏줄이 이역만리에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 게 말이 되냐! 내가 대표로 가서 관찰하고 오겠다.’ 

    그렇게 우여곡절 미국 땅을 밟았습니다. 그리고 딱 두 가지를 보고 놀라 자빠졌습니다. 첫 번째는 이모님 부부가 텔레비전에서만 본 그림 같은 단독주택에 산다는 것. 두 번째는 이모님 부부가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것뾰족한 지붕, 하얀 외벽의 단독주택. 지금 돌아보면 한국의 평범한 타운하우스처럼 생긴 집이었지만 당시 저에게 이모님의 집은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집 같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원래 부부는 심심하면 치고받고 하면서 익사이팅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안 싸우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가 있다니 깜짝 놀랐죠. ‘나도 나중에 꼭 저런데 살아야지!’가 머릿속에 콕 박혀버렸습니다.

     

    시간은 흘러 흘러저는 어느새 결혼을 했고, 아이가 생겼고, 살던 집이 깡통전세일지도 모른다는 소식으로 머리 빠지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미국의 멋진 단독주택, 안 싸우는 부부 같은 야들야들한 것들은 기억날 리가 없었죠.

    그런데 웬걸, 누구에게나 한 번씩 온다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조금 일찍 직면했습니다(자세한 이야기는 곧 출간될 수도권 단독·전원주택 지도에서), 순간 시간 여행이라도 한 듯 십 몇 년 전 미국에서 본 이모님의 집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떠오르더군요.

    , 그래. 그게 있었지! 나도 이제 그렇게 살자.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거야!’

    그렇게 아파트 전세자금을 탈탈 털어 경기도 외곽에 토지를 얻었습니다. 그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올렸습니다. 그 돈은 지금도 착실히 갚고 있고요.

     

    여기까지 읽으면 이러는 분들이 많겠죠?

    아니, 그게 주거적 자유랑 무슨 상관이에요. 경기도 외곽 저 구석에, 코딱지만 한 단독주택, 그것도 대출 잔뜩 받았잖아요.”

    , 다 맞는 얘기죠. 하지만 우리 가족은 주거적 자유를 이뤘습니다. 이를 위해 주거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세 가지 절대 기준을 세웠고요. 그것을 아주 디테일하게 머릿속에 그렸습니다. 그 세 가지 기준은 바로 형태, 내용, 비전입니다.

     

    먼저 형태부터 살펴볼까요?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옮겨 가자고 결정할 때 대충 예쁜 집, 마당 있는 집을 꿈꾸지 않았습니다. 굉장히 자세한 밑그림이 한 장 있었습니다. 바로 이것.

     

    (c) 찍사홍(홍진광)

     

    집을 짓기로 결정한 그때, 그러니까 10여 년 전 제 아내가 그린 그림인데요. 지금 살고 있는 집과 거의 똑같습니다. 1, 2층 구조는 물론 계단 높이부터 창틀 크기까지 말이죠. 미국 이모님 댁에서 영감을 얻은 흰색 외벽과 뾰족한 지붕도요. 당시 설계사가 이 그림을 보고 아내에게 따로 건축설계를 배우셨어요?”라고 물었을 정도였습니다요즘도 가끔 이 그림을 보면 소름이 돋습니다. ‘우리가 이 정도로 세밀하게 상상했었나? 그런데 그게 대부분 현실로 구현됐어? 대박!’

     

    두 번째 기준은 내용입니다. 우리 가족은 집을 짓기 전 집의 1층은 돈 버는 곳, 2층은 주거 공간으로 사용하기로 시작부터 못을 박았습니다. 그래서 구조도 달라요. 1층은 콘크리트, 2층은 경량 목구조. 보기 드문 혼합형이죠.

    지금까지 1층이 그 모습 그대로냐고요? 살짝 모양이 달라지긴 했습니다. 처음에는 베이비·가족사진 스튜디오로 사용했다가 지금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아내의 메이크업 룸과 제 사무실로 사용 중이니까요(이 글도 1층 사무실에서 쓰고 있답니다). 요컨대 모양은 조금씩 달라졌어도 목적은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기준은 비전. ,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딱 하나, ‘집으로 돈 벌지 않겠다입니다사실 잘 아시겠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생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뭐랄까, 천연기념물같이 드문 일이기는 합니다. 10년을 땅과 집을 그냥 깔고 앉아 있다고 주변에서는 저희를 바보 멍충이라고 했습니다(심지어 부모님마저도요!). 왜 그걸 팔아서 못 굴리느냐, 담보를 잡아라, 세를 줘라우리 가족보다 우리 집에 대해 바라는 게 많았죠.

    저희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을까요. 분명 비슷하게 시작한 것 같은데 어느 날 보니 저 멀리 앞서간 것 같은 지인을 볼 때면 우리가 잘 못 사는 건가?’ 하는 갈등도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처음의 결심, 즉 세 가지 기준을 떠올렸습니다. ‘주거에서 자유로워지면 돈은 알아서 벌린다라는 신념을 쭉 고수했죠(사실 아내의 인생 철학인 가늘고 길게가 한몫했습니다). 결과는? 아직 진행형입니다만, 현재까지는 대만족!

     

    *

    사람들은 제게 묻습니다. 지난 몇 년간 유튜브에 업로드 한 영상 300여 개 끄트머리마다 주거 독립 만세, 만세!”라고 외쳐대던데, 그놈의 주거 독립이 뭐냐고요. 이 글을 빌어 그 뜻을 밝힙니다.

     

    주거 독립:
    주거적 자유에서 파생하여 스스로 만든 개념.
    크기, 위치, 형태 등 자신이 주거에 바라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룬 상태.
    , 머릿속 집에 대한 상상이 실제와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
    다시 말해 주거에 대한 생각 자체에서 현재도 미래도 계속 자유로운 상태.

     

    주거 독립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고요? 한 줄로 요약해드립니다

    상상해라. 최대한 디테일하게.”

     

    상상이 끝난 다음, 다시 펜을 잡고 집을 그려보세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꽤 구체적이어서 손만 뻗으면 잡힐 것 같죠? 축하합니다, 짝짝짝! 드디어 머릿속에 집에 대한 거품과 안개가 사라졌습니다. 이제 조만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주거 철학도 꼿꼿이 세우실 테죠. 주거 독립, 이제 한 발 더 가까워졌습니다!

     

     

     

     


    글. 찍사홍(홍진광)

    단독·전원주택 입지 분석 전문가. 팔로워 15만 명의 단독·전원주택 전문 유튜브 채널 <찍사홍>을 운영 중이다. 주거 독립을 꿈꾸는 모든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전국을 직접 답사하며 솔직 담백한 단독·전원생활 정보를 전하고 있다. 첫 책 수도권 단독·전원주택 지도를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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