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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을 나의 루틴으로 만들 수 있는 세 가지 비법 by 이광민
    아하 에세이 2023. 5. 31. 10:48

     

     
    생활에서 쉽게 버리는 돈에 대해 생각해 보자. 마트 봉툿값? 주차비? 남기는 음식? 사놓고 입지 않는 옷?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나 경험했을 대표적인 낭비는 운동을 등록하고 작심삼일이 되는 경우가 아닐까. 나도 만만찮은 금액을 운동에 버렸다. 원래 운동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래도 건강을 위해 여러 종류의 운동을 등록했고 운동 장비도 사봤지만 몇 번 하지도 않고 날린 경우가 부지기수다.
     
    왜 운동에 대한 의지는 항상 얼마 못 가 꺾이는 걸까? 누군가는 작심삼일을 삼일마다 반복하면 된다고 하지만 솔직히 말장난이고 정신 승리를 위한 변명 같기도 하다. 우리는 무언가를 지속해서 노력하면 결국 지쳐 버린다. 초반 며칠은 의욕이 넘쳐나지만 어김없이 귀차니즘이라는 덫에 걸려 주저앉는다. 재미로 즐겼던 운동도 하다 보면 난이도가 높아지며 즐거움도 반감되고 지치는 타이밍이 온다. 쉬었다가 오랜만에 운동을 가면 그날따라 하필 무리를 하고, 몸이 다치기라도 하면 그 탓에 영영 쉬어 버리기도 한다.
     
    때로 뚜렷한 목적을 가지고 운동을 한다. 다이어트를 위해, 근육을 만들기 위해, 취미로 삼기 위해, 스포츠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등등.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즉, 하기 싫어도 의지를 가지고 억지로 해야 한다. 당연히 힘들다. 힘겹더라도 그 결과 성취나 보상, 인정이 있으면 그 순간에는 열심히 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만 이런 운동은 꾸준히 계속해 나가기 버겁다. 단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면 그만두거나 가끔 하는 운동으로 바뀐다. 게다가 이렇게 운동하는 건 사실 건강을 위한 것도 아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간헐적으로 열심히 하는 운동이 아닌 규칙적인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일정한 강도로 꾸준히 지속하는 운동이다. 이런 운동은 신체 건강에도 중요하지만 정신 건강에도 큰 의미가 있다. 꾸준한 운동은 우리 몸의 고유 시계인 ‘일주기 리듬’에서 기준점을 잡아 주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일주기 리듬의 기준점을 이해하려면 초중고 시절 체육시간을 떠올리면 도움이 된다. 들떠서 어수선한 학생들에게 선생님이 “기준!”이라고 누군가를 지정하고 ‘양팔 벌려’든, ‘한 팔 벌려’든 “나란히”를 시키면 그제야 흐트러져 있던 대열이 오와 열을 맞추게 된다. 즉, ‘기준’이 있으면 다소 혼란스러웠던 일상도 다시금 일정한 패턴으로 정렬할 수 있다.
     
    야근을 하거나, 늦게까지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다녀왔거나, 스트레스로 잠을 설쳤거나 우리 삶에서 일상생활의 리듬을 흩트리는 요인은 많다. 삶이 복잡하고 정신이 없을수록 이런 혼란 요소는 일상에 타격감이 크다. 일상의 리듬을 다잡기 위해서는 삶에서도 기준이 필요하다. 여기서 그 기준이 되는 것이 신체 활동, 즉 운동이다. 운동은 우리 몸의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일주기 리듬에서 활동 영역을 강화한다. 낮에 운동을 하고 밤에 비교적 잘 잘 수 있는 것은 몸이 지쳤기 때문보다는 낮과 밤에 대한 일주기 리듬이 맞아 들어가도록 운동이 자극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바쁠 때는 한 번이라도 낮 시간에 고정된 규칙적인 운동 시간이 있다면 환경적인 요소에 의해 흐트러지기 쉬운 일상생활에서 기준점을 잡을 수 있다.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꾸준한 운동은 우리 일상의 루틴이 되어야 한다. 다만 루틴이 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법칙이 있다. 루틴을 위한 운동은 거창하면 안 된다. 어려워도 안 된다. 치열해도 안 된다. 그저 주구장창 꾸준히 그 시간에는 그것만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3가지 요소를 기억하면 운동을 일상의 루틴으로 삼을 수 있다.
     
    1. 혼자보다는 누군가에게 배우는 운동
    귀차니즘을 만만하게 보지 말자. 지금은 의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이 의지는 조만간 작심삼일을 맞이한다. ‘혼자서 노력한다’는 ‘조만간 포기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렇기에 혼자만의 고군분투를 벗어나 누군가의 눈치를 보면서 사회적인 부담을 가지는 편이 낫다. 물론 친구와 같이하는 운동도 좋지만 친구도 꾸준히 한다는 보장이 없다. 그러니 선생님이든, 트레이너든, 코치든 누군가가 옆에서 가르쳐 주는 운동이 적절히 눈치가 보이기에 빼먹기 어렵다.
     
    2. 꾸준히 할 수 있는 적절한 운동
    운동을 경쟁적으로 하지 말자. 힘들고 지치면 운동하러 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이럴 때 우리는 귀차니즘에 취약해진다. 힘들면 하기 싫은 것이 정상적인 정신 반응이다. 그러니 힘든 환경에서 정상적으로 의지가 약해지는 자신을 탓할 것이 아니라, 힘든 환경으로 나를 내몬 자신을 탓해야 한다. 규칙적인 운동을 위해서는 아무리 컨디션이 좋더라도 진이 빠질 정도로 하면 안 된다. ‘이 정도면 운동했네’ 하는 정도의 부담스럽지 않은 강도의 운동을 지속해서 하는 거다. 꾸준함을 위해서는 빅 스텝이 아닌 스몰 스텝을 반복하는 것이 비결이다.
     
    3. 현실적으로 쉽게 접근 가능한 운동
    운동을 거창하게 하면 그만큼 소모되는 기회비용도 크다. 멀리 가야 하는 운동이나 준비를 많이 하는 운동이라면 마음 편히 가기 어렵다. 나의 일상생활 반경 안에서 정해진 시간에 훌쩍 운동을 다녀오고, 다시 기존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정도가 딱이다. 운동이 거창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집중하기 어렵다. 그러면 또 귀차니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러니 바람 쐬듯 길지 않은 시간으로 갔다 오는 운동이 낫다.
     
    이렇게 운동을 루틴으로 만드는 비법을 뇌과학으로 설명하자면, 우리 뇌의 네트워크 종류 중에는 ‘통제 네트워크(Control Network)’라는 것이 있다. 목표와 의지를 가지고 계획적으로 노력하는 뇌 기능이 아니라, 욕구와 욕심, 불필요한 계획을 덜어내고 억제하면서 삶을 단순하게 하는 뇌 기능이다. 즉, 더 하는 식이 아니라 덜 하는 식이다. 그러면 삶이 가지는 부하가 줄어들기 때문에 일상의 효율성이 좋아진다. 인간의 뇌 기능에서 진정한 고위 중추를 말하자면, 더 열심히 노력해서 사는 것과는 반대로 덜어내면서 효율적으로 사는 것이다. 그게 집중(Concentration)이고 통제(Control)고 관리(Management)다. 물론 덜어내는 것에도 원칙은 필요하다. 바로 ‘우선순위’를 남기는 거다. 우선순위에 따라 할 건 하되 안 해도 되는 건 과감하게 쳐낸다. 여기에 운동을 대입해 본다면 정해진 일정에는 운동‘도’ 하는 것이 아니라 운동‘만’ 하는 것이다. 다양한 일상의 계획을 단순화시켜서 그냥 정해 놓는 거다. 그 외에 다른 옵션을 생각하지 않으면 통제는 간단해진다. 다른 욕구나 유혹을 과감하게 끊어내는 거다.
     
    그렇게 나는 실제 루틴의 법칙을 적용하면서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운동을 하는 데 돈을 쓰지만 버리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적어도 1번, 1시간 미만으로 운동을 한다. 그 일정은 고정 일정이다.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그 정해진 시간에 운동 이외의 다른 일정은 고려하지 않는다. 다른 걸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나 욕심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유혹은 과감하게 통제하려 한다. 운동도 PT로 거의 정해진 운동만 한다. 일에 치여서 운동 시간에 늦을 때도 많다. 그래도 무조건 가서 30분이라도 후다닥 빠르게 정해진 운동을 하고 온다. 이럴 땐 근력 운동을 하면서 유산소 운동까지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경험한다. 대신 운동 강도에는 절대로 욕심내지 않는다. 한번은 트레이너가 무게를 더 올려도 될 것 같다고 하기에 덥석 그 욕심을 받아들였다가 운동을 마칠 때쯤 공황 발작이 왔다. 나는 창백한 표정으로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쓰러졌고 트레이너에게 “락커 안 가방에서 비상약을 가져와 달라”고 부탁했다. 트레이너도 놀랐는지 그 이후로는 나에게 운동량으로 압박하지 않는다.
     
    운동을 일종의 일이다. 일에 욕심을 내면 번아웃이 온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일을 정해진 양만큼 하는 것처럼 운동도 정해진 양에서 무리하지 않는다. 그러면 꾸준함이 가능해진다. 간혹 운동은 쉬는 시간에 해야 한다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 바로 작심삼일이다. 쉬는 시간에는 쉬어야 하는데 힘든 운동을 한다니 이건 자학이다. 운동과 별개로 쉬는 시간은 따로 두어야 한다. 쉴 때 운동을 한다는 것은 쉴 때도 자기 관리를 하겠다는 욕심이다. 욕심은 운동을 버겁게 만들고 귀차니즘의 먹잇감이 된다. 운동을 쉬는 시간이 아니라 일하는 시간이라 생각한다는 것은 운동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루틴에 영역이 된다는 뜻이다. 어쩔 수 없는 루틴이 되었을 때 귀차니즘은 힘을 쓰지 못한다.
     
    가끔 내가 운동하는 걸 보고 “그렇게 대충 할 거면 운동을 왜 하냐”며 누군가 폄하할 때가 있다. 그런데 내 직업은 운동선수가 아니다. 운동선수에게 내가 하는 방식의 운동은 의미가 없겠지만, 나에게 루틴으로 꾸준한 운동은 분명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의미 있다. 루틴이 만들어내는 지속적인 효과 때문이다. 치열하게 해야 할 다른 일도 많은데 운동까지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그저 부담되지 않는 정도로 신체 건강을 관리하고 일주기 리듬을 잡을 정도라면 그걸로 충분하다.
     
     
     
     


    글. 이광민
    정신의학과전문의, 마인드랩 공간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진료·임상교수를 지냈다. 환자들에게 정서적으로 편안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노력해왔고, 정신의학 관련한 여러 의학적 지식을 대중적으로 공유하는 활동을 넓히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하여 여러 범죄사건, 사회문제 등에 대한 정신의학적 자문을 해오고 있으며, 유튜브 ‘의학채널 비온뒤’ 등에 출연하고 있다.
     

    연재를 진행합니다
    이광민 작가의 글이 매월 1회 연재됩니다.(총 3회,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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