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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넘쳐나는 인풋,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by 김도영
    아하 스토리 2023. 4. 17. 16:32

     

    브랜딩 관련한 일을 한다고 말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나요?’라는 질문이죠. 그 질문에 한 번도 속 시원히 뾰족한 답을 드린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늘 답변의 마지막엔 이 말을 덧붙여 드리곤 합니다어디서 어떤 인풋을 얻느냐보다는 내가 모은 인풋을 얼마나 잘 정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첩과 메모 앱에 보관된 수많은 인풋,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

    어느 공간을 가든 휴대전화 카메라부터 들이밀고, 어떤 아티클을 보든 스크랩 버튼부터 누르고, 무슨 목적인지 모르지만 일단 메모 앱에 기록부터 하고 보는 사람들. 아마 트렌디한 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해당하는 항목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업무하는데 작게나마라도 도움이 될 것 같은 것들은 늘 담아두기 바쁘고 특히 두 권의 책을 출간한 뒤로는 새로운 글감을 위한 목적으로라도 더 많은 인풋에 욕심이 나니 말이죠.

     

    하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니 스스로 감당하기 버거울 만큼의 자료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결국엔 내가 필요로 하는 자료를 어디에 저장해두었는지 헷갈리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마치 옷장을 열면 언제 사뒀는지 모르는 가격표도 뜯지 않은 옷이 발견되는 것처럼 '내가 이건 왜 담아뒀을까?'라고 생각하게 되는 주인 없는 인풋이 발견되기도 했으니까요. 그저 주워 담으면서 위안받는 삶이 반복된 것이죠

     

     

    인풋과 아웃풋 사이, '스테이 풋(stay-put)'에 집중하기

     정리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라이프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물건을 들일 땐 정해진 날이 없지만 버릴 땐 정해진 날이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개념을 인풋을 정리하는 데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죠. 인풋을 들이키는 이유가 좋은 아웃풋을 내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라면, 그 사이에 나에게 필요한 것만 남겨서 소화하는 '스테이 풋(stay-put)'의 단계를 하나 더 둔 겁니다

     

    [ STEP 1 ] 인풋 정리를 위한 시간을 따로 마련해보자

    인풋을 최대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다시 꺼내 이를 분류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 한 바구니에 이것저것 담아놨던 인풋을 용도와 중요도에 따라 잘 정리해놔야 하는 거죠. '언젠가는 쓸 데가 있겠지'라고 모아놓은 것들의 대다수가 결코 다시 세상 밖의 빛을 보지 못한다는 걸 감안하면 반드시 각각의 인풋들에 라벨을 붙여주는 단계가 필요한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인풋을 정리하는 나만의 시간대를 정하는 게 우선입니다. 저는 이 시간을 매주 일요일 저녁 9시로 정해두었습니다. (마침 예능 프로그램인 〈미운 우리 새끼〉가 방영하는 시간이라 '미우새 타임'이라고도 부르고 있죠.) 이 시간 동안에는 한 주간 열심히 찍어놓은 사진은 물론이고, 미처 다 읽지 못해 저장만 해둔 뉴스 기사나 아티클, 생각나는 대로 기록한 메모들과 책을 읽다 발견한 좋은 글귀들까지 모두 관리 대상에 오릅니다. 장바구니에 척척 담아둔 인풋 상품들을 이제 실제로 결제할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타이밍이 온 거죠.

    [ STEP 2 ] 3단계로 인풋을 라벨링 해보자

    저는 모든 유형의 인풋을 3단계로 나눕니다.

     

    반드시 저장해두고 꼭 기억해야 할 자료들

    아주 중요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언젠가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는 자료들

    다른 항목들과 내용이 겹치거나 굳이 더 이상 담아두지는 않아도 될 자료들

    아주 심플하죠? 이렇게 한 주 동안 쌓인 인풋을 세 가지 폴더로 나누면 의외로번에 해당하는 중요 자료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모을 때는 신나게 모았는데 정말 나에게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정보의 질이 분류되는 거죠.

     

    그리고번 항목을 남겨둘 때는 간략히 메모를 덧붙여놓는 것도 좋습니다. 이게 왜 나에게 중요하고, 도움이 될 만한 것인지 표기해두면 나중에 다시 확인할 때도 어떻게 활용해볼 수 있을지 금방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②, ③번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뭔가를 잘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떤 것이라도 '나중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니 일단 담아둘까?'라고 생각하며 많은 것을번 항목으로 욱여넣는 경향이 있거든요. 하지만 이 폴더에 쌓이는 정보가 많으면 많을수록 인풋에 대한 정리는 더 어려워집니다. (일종의 베란다 다용도실과도 같아진달까요….)

     

    그래서번 폴더는 질보다는 양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번에 해당하는 사진첩은 100장 정도로만 관리하겠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그 자료들 안에서도 중요도를 따져 좋은 것들만 선별해낼 수 있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는 인풋 라벨링 3단계에서는 이번 항목을 잘 정리하는 게 핵심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STEP 3 ] 키워드별로 인풋을 재배치하기 

    매주 정해진 시간에, 한 주간 모은 인풋을 어느 정도 정리했다면 그래도 70% 이상은 인풋 관리에 성공한 셈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단계가 또 하나 남아있죠. 바로 아웃풋으로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줄 '인풋의 키워드화'입니다

    저는 꽤 중요하다고 판단해서번 항목으로 분류해놓은 자료들은 콘텐츠의 유형과 관계없이 이를 어떤 키워드에 매치해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다시 말해 나의 관심사나 고민의 포인트를 하나의 키워드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 자료들을 차곡차곡 채우는 것이죠

    저도 이때는 요즘 많이들 사용하시는 노션(Notion)이라는 생산성 앱을 즐겨 씁니다.

    우선 노션의 주요 카테고리를 다양한 키워드로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하위 메뉴를 계속 만들어 나가는 방식으로 관리하는데, 한눈에 정보들을 파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단어에 대한 검색도 쉬우니 사장(死藏)되는 자료들이 정말 많이 줄어들더군요

    그리고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키워드는 단순히 단어 하나하나로 설정해놓는 것보다 '목적' '성격'을 수식어로 붙여서 생성해놓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우에는 #공간에 녹아든 경험 #타인의 말들 #관점의 이동 #단어의 숨은 뜻 #새로운 기술과 아이템 등으로 키워드를 잡아놓았는데요, 이런 키워드 카테고리 안에 자료들을 차곡차곡 배치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 폴더가 마치 책 한 권이 된 것처럼 쏠쏠하고 유익하게 활용될 때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것으로 부족하면 또 하나의 키워드를 더해가며 새로운 인풋의 카테고리를 만들어볼 수도 있는 거죠.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고르는 마음으로

    예전에 이연복 셰프님께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어요

     

    "아깝다 아깝다 하면서 냉장고에 잔뜩 쌓아두기만 하는 사람은 진짜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 재료들이 정말로 아깝다면 아무리 하찮은 거라도 '이걸 가지고 오늘 뭘 해볼까?'라는 생각부터 해야 해요. 재료는 음식으로 탄생할 때 의미가 있지 처박아두면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어쩌면 우리가 인풋을 대하는 태도도 이런 마음가짐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버리기엔 아깝고, 언젠가 또 쓰임이 있을 수 있으니 일단은 들고 있어보자'라는 자세는 우리 각자가 가진 영감의 냉장고를 너무 무겁고 비좁게 만드는 것일 테니까요. 뭔가를 저장해두고 싶다면 '이걸 가지고 뭘 해볼 수 있을까? 이건 어떤 것들과 함께 담겨있을 때 시너지가 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우리가 모은 각각의 인풋에 정체성을 부여해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당장 이번 주라도 한 번 실천에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우선 일주일에 한 번씩 내 사진첩부터 정리해본다는 생각을 하면 우리의 영감도 재료가 아닌 음식으로 바뀌어가는 마법을 목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글. 김도영

    『기획자의 독서』, 『브랜드로부터 배웁니다』 저자이자 네이버에서 브랜드 경험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브랜드가 좋아서 브랜딩 일을 하게 되었고, 브랜딩을 하다 보니 브랜드는 더 좋아졌다. 그렇게 일에서도 생활에서도 브랜드를 가까이하며 사는 삶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누군가의 정보를 그대로 옮기기보다는 내가 먼저 경험하고 확신한 것들을 다시 내 이야기로 풀어놓는 것을 즐긴다. 이 과정에서 생겨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챙기고 간직하려 한다.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글’을 가장 좋아한다. 솔직하게 써 내려간 내 글들이 작게나마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때 진정으로 행복하다.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비슷하지 않게 쓰고자 지금도 열심히 노력 중이다.

     

    연재를 진행합니다

    <기획자의 수집>을 주제로 김도영 작가의 글이 매월 1회 연재됩니다.(총 3회)

    1화. 넘쳐나는 인풋,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현재글)
    2화. 키워드 장악력을 기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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