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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투와 이별하는 4가지 노하우
    아하 스토리 2023. 6. 23. 16:32

     

    내게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을 위해 사용은 하되 시기와 질투의 근원이 될 만한 콘텐츠는 차단하는 것이다. 얼마나 시기, 질투를 많이 하면 그런 규칙까지 만들었느냐고? 나도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스탠퍼드 입학 후 나는 말로만 듣던 천재들을 보며 처음으로 자괴감을 느꼈다. 인간으로는 불가능해 보이는 수준으로 노력해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내 1학년 룸메이트, 어릴 때부터 사업을 해 이미 몇십억 대의 스타트 업을 매각한 경력을 가진 친구들... 

     

    매일 부대끼고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이 다들 대단하다 보니 나 역시 항상 질투심과 싸워야 했다. 그럴 때 도움이 된 것이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의 《도덕의 계보 Zur Genealogie der Moral》였다. 《도덕의 계보》는 매번 다시 읽어도 처음 읽을 때처럼 신선한 충격을 주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것은 ‘르상티망 ressentiment’이라는 개념이다.

     

     

    🔰 르상티망이란?

    역사적으로 사회에는 신체적, 정치적으로 힘이 있는 사람들과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사람들이 존재했다. 성직자들은 약자였지만 혈통으로는 귀족이었기 때문에 힘을 더욱 갈망했다. 그런 갈망은 강자에 대한 르상티망, 즉 악의적인 시기로 이어졌다.

     

    르상티망은 단순한 질투를 넘어선 감정이다. 남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가진 것 혹은 가진 것으로 얻은 특혜를 잃어버리기를 꾸준히 바라는 심리 상태다. 그렇게 르상티망을 품고 강자의 몰락을 바라던 성직자들은 한 가지 전략을 생각해 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그것을 포기하거나, 가진 것에 죄책감 혹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저들을 봐. 자기들이 선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저들은 악해. 저들이 하는 행동, 저들이 대표하는 것들 모두가 악하다고.” 그다음 자신을 가리켰다. “우리를 봐. 우리는 저들과 아주 다르지. 저들이 악하니 반대로 우리는 선한 것이 틀림없어. 따라서 우리가 대표하는 모든 가치는 선해.”

     

    성직자들은 초라함, 복종, 비겁함 같은 약자의 특성을 겸손함, 순종, 참을성과 같은 미덕으로 포장했다. 이렇게 힘이 있으면 악하고 힘이 없으면 선하다는 도덕적 가치 체계를 확립한 뒤 사회적으로 힘이 있는 자들이 스스로 그 힘을 버리거나 그 힘 때문에 심리적으로 주눅 들도록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것이 바로 니체가 ‘도덕성의 노예 혁명’이라고 일컫는, 서양의 도덕적 전통을 바꿔놓은 사건이다. 니체는 도덕성이 사실 좋은 상황에 있는 사람들의 행복을 망쳐버리려는 르상티망에 기원을 두고 있다고 봤다.

     

     

    🔰 르상티망을 예방하는 4가지 방법

    단순한 시기심이 악의적인 르상티망으로 변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규칙을 세워서 질투의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 소셜 미디어야 차단해버리면 그만이지만 현실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직장에서 나보다 먼저 승진한 동료를 매일 봐야 한다면, 3년 차인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신입과 같은 팀이라면 어떻게 하나? 역시 니체의 《도덕의 계보》에서 힌트를 찾았다.

     

    - 시기의 대상 인정하기

    르상티망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이다. 남들 앞에서 굳이 내 속마음을 전부 드러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내가 누군가를 보고 시기심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부러움의 대상을 부인하고 니체가 말한 것처럼 나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 솔직해지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이 마주쳐야 하는 상대에 대해 적절한 사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자존심을 지키려고 ‘괜히 싫고 불편한 사람’이라고 단정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반대로 내가 시기심을 느끼는 대상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 마음을 인정한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된 것이다.

     

    - 갖지 못한 것도 악이 아님을 이해하기

    여기 매주 다른 명품 가방을 메고 오는 동료가 있다. 같은 월급을 받는데 대체 어디서 저런 돈이 나올까? 나보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저렇게 명품을 사는 것보다 그 돈으로 투자를 하거나 기부를 하거나 자기 계발을 하는 게 더 의미가 있고 저런 행동은 글러 먹었다고 생각한다고 치자. 여기서 르상티망 노예 혁명의 현대판 내러티브를 살펴볼 수 있다. 예시의 ‘나’는 사실 직장 동료의 명품 가방이 갖고 싶다. 부러우니까 눈에 밟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있는 그대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인지하기보다는 성직자들이 강자들을 상대로 한 것처럼 악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더 깊이 마음을 들여다보면 사실 자신도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명품 가방을 갖고 싶다는 진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갖고 싶은 대상을 해로운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일순간 마음을 달래려는 자기기만에 불과하다. 마음 한구석에 명품 가방을 갖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연민을 숨겨놓고 사는 것이다. 이러면 떳떳하게 명품 가방을 사겠다는 목표를 향해 노력하기도 애매해진다. 차라리 깔끔하게 명품 가방을 원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기기만과 자기 연민에 쓸 에너지를 그것을 갖는 데 쏟아붓는 것이 현명하다. 갖고 싶은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지만 목표에 더 가까이 가는 것은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 스탠퍼드의 오리들 기억하기

    오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듯하지만, 수중에서는 열심히 발로 헤엄을 치고 있다. 물 위에서 보이는 여유로운 모습과는 정반대인 셈이다. 성공해 보이는 사람들 모두 겉으로는 햇볕 아래 누워 태닝이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24시간 도서관에서 눈물을 참으며 새벽까지 과제를 붙들고 있다. SNS를 통해 자기를 포장하는 것이 필수가 돼버린 현대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 대부분은 수중에서 열심히 발을 움직이는 오리일 것이다. 오리의 물장구는 노력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남들은 모르는 아픔과 어려움의 증표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삶을 보고 부럽다고 느낄 때는 물 위의 오리를 보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사실 그 오리는 나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견디며 물장구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오리가 너무나도 멋져 보일 때 중얼거려 보자.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전부가 아니다."

     

    - 나만 가진 것 찾아 감사하기

    세상에 나와 같은 혹은 더 뛰어난 물건, 학벌, 재력을 가진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나만의 ‘베스트 프렌드 조합’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12년 지기 브라이언과 비셰시 그리고 15년 지기 샨탈과의 우정은 내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한정된 시간과 자원을 어디에 쏟느냐에 따라 갖는 것은 달라진다. 나는 어떤 사람과 나와의 관계는 전 우주에서 유일하다는 점을 항상 기억하려고 한다. 그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가진 관계는 미묘하게라도 또 다른 성질의 그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게 여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남보다 더 많이 가질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르상티망에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친구, 가족, 연인, 공동체, 반려동물, 무엇이 됐든 당신만이 가진 소중한 관계를 자주 떠올리며 르상티망 방어막을 더 견고히 굳히기를 바란다.

     

     

     

    * 해당 글은 <철학하는 습관>에서 발췌, 재편집하였습니다. 객체 아닌 주체로 살아가는 법, 악마 같은 직장 상사 이해하는 법, 일에서 오는 소외를 인지하는 법 등 현대인에게 필요한 철학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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