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공의 경험을 의심해야 하는 이유

 

문제는 한순간에 찾아온다

테니스계의 슈퍼스타 세리나 윌리엄스Serena Williams는 2010년 시즌이 시작될 때만 해도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그는 명실상부한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1위였으나,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깨진 유리잔을 밟는 사고를 시작으로 시즌에 출전하지 못하며 그해 세리나는 여자 프로 테니스 랭킹 4위로 마감했다.

 

세리나는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그 혼란감이 성적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예전에 수행했던 모든 것, 즉 더 오래 훈련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경기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일을 그대로 반복했다. 하지만 과거 자신에게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요소들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서 그는 끊임없이 우승컵과 멀어지기 시작했다.

 

- 이미 검증된 방법들이 왜 통하지 않을까? 왜 승리하지 못할까? 이제 전성기가 끝난 걸까?

 

세리나 윌리엄스는 코트에서 충격적인 패배를 거듭하면서 이제 자신의 전성기도 막바지에 이르렀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는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놀라운 모습으로, 그것도 가장 예상 밖의 인물에 의해 찾아왔다. 

 

프랑스 오픈에서 참담한 패배를 당한 세리나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파리 시내에서 긴장도 풀 겸 가볍게 연습할 장소를 물색했다. 그러다 파트리크 무라토글루 Patrick Mouratoglou라는 사람이 소유주 겸 코치로 있는 청소년 테니스 아카데미를 찾아냈다. 파트리크는 중위권 랭킹 선수 몇 명을 지도해 보았으나, 세리나 같은 대선수를 코치해 본 적이 없었다.

 

세리나는 파트리크의 아카데미에 도착했고, 그는 45분간 세리나가 연습하는 장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세리나가 코트 위를 움직이고, 공을 받아넘기고, 서브와 발리를 처리하는 모습을 관찰한 뒤에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공을 때릴 때마다 균형이 무너져서 실수가 많이 나와요. 또 타격 동작에 체중이 실리지 않아 공이 힘 있게 뻗지를 못하고, 몸을 미리미리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의 공에 대처하는 속도가 늦습니다.”

 

세리나는 처음 만난 그의 통찰력에 호기심을 느끼고, 문제를 함께 해결해보자고 제안했다. 두 사람은 한 주 내내 매일 만나 함께 훈련을 했고, 웜블던 대회가 시작되기 며칠 전 세리나는 무명에 가까웠던 파트리크를 자신의 코치로 고용했다.

 

이후 세리나는 이후 참가한 열아홉 차례의 경기에서 모두 승리해 윔블던과 US오픈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또 2012년 하계 올림픽 결승전에서 마리야 샤라포바에게 한 세트도 빼앗기지 않고 금메달을 따냈으며, 그 해 시즌을 마감하는 WTA 투어 챔피언십 결승에서 다시 만난 샤라포바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그는 여자 테니스 세계 랭킹 3위에 오르며 시즌을 마쳤다.

 

성공의 경험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세리나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코치 역할을 했다. 세리나 입장에선 가장 믿을 수 있는 코치 자리를, 알고 지낸 지 고작 몇 주밖에 되지 않은 이에게 넘기는 것만으로도 큰 모험이었다. 코치가 세운 기준에 선수를 엄격하게 끼워 맞추는 식으로 지도하는 테니스 세계에서, 파트리크의 방법론은 이례적으로 극단적으로 비치기도 했기 때문. 하지만 세리나는 자신의 경기력을 향상시키고 마지막으로 그랜드슬램을 또 한 차례 제패하기 위해서는 과거에 늘 해왔던 일들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세리나는 파트리크의 도움에 힘입어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성공을 더 이상 안겨주지 못하는 과거의 방법론들을 비워내는 프로세스에 돌입했다. 동시에 새로운 기술과 코트에서의 전술을 재학습함으로써 성공으로 이어지는 전환점을 모색했다.

 

그들은 원대한 목표(마지막 그랜드슬램 우승)를 지향했지만 작은 발걸음부터 도약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세리나가 상대방의 공에 미리 준비 자세를 취하고 공을 조금 더 일찍 타격할 수 있도록 발동작을 빠르게 하는 데 주력하는 등 기존의 훈련 루틴에 몇몇 작은 변화를 도입했다. 각각의 단계를 밟아나가며 진전되는 게 눈에 보였고, 두 사람 사이의 신뢰도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덕분에 세리나는 과거의 검증된 방법이 주던 편안함과 확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맞서고 승리하는 데 필요한 자신감을 갖추게 됐다.

 

또 파트리크는 세리나 자신도 알지 못했던 약점을 깨닫게 해주었고 그에게 새로운 관점, 새로운 사고방식, 새로운 행동을 이끌어냈다. 가령 그는 경기 상대를 미리 분석하고, 경기의 예상 시나리오를 짜고, 게임에서 활용할 전술들을 사전에 개발하는 등 경기 전 준비작업의 중요성에 대해 설득했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수록 상대방에게 더 잘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세리나가 이런 접근방식의 가치를 인정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일을 실천하지 않고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세리나는 코치의 조언을 귀담아듣고 경기 전략을 바꿨다. 파트리크는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는 세리나의 추진력을 이렇게 말한다. “세리나는 똑같은 일을 반복하기를 매우 싫어합니다. 배우고 발전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죠. 따라서 그에게는 경기에 새로운 전략을 추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한마디로 세리나는 기존의 것을 비우고 재학습 하는 과정을 거쳐 더욱 훌륭한 성과로 이어지는 전환점을(그것도 반복적으로) 찾아낸 것이다.

 

세리나가 매번 전환점을 찾아낼 때마다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회복력은 갈수록 강해졌다. 덕분에 그는 경기에서 어렵고 패색이 짙은 상황을 맞닥뜨려도 자신에게 이를 만회할 능력이 있다는 강력한 믿음을 갖게 됐다. 그는 본인의 성장에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을 언러닝하는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가장 필요할 때 승리를 거머쥐었다. 테니스 심리학자 짐 로허Jim Loehr에 따르면 세리나의 상대 선수들은 그가 경기 중에 게임을 뒤집고 승리할 준비가 됐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다고 한다. “그는 갑자기 다르게 걷고 다르게 행동하죠. 상대 선수들은 이미 경기가 끝났다는 것을 알아요.”

 

 

편견에 속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내자

모든 사람에게는 세리나 처럼 예전에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준 행동이 더 이상 같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 자신만의 패턴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으며 좌절하며 스스로 이렇게 묻게 된다.

 

- 나는 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내는가?

- 나는 왜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가?

- 나는 왜 이 특정한 도전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계속 회피하는가?

 

새로운 사건 앞에는 언제나 새로운 환경과 기준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살피는 대신, 기존의 사고와 행동양식에 스스로를 가두곤 한다. 경험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전의 방법들이 실패하게 되고서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성공의 경험은 해답이 아니다. 과거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그 방식이 변화된 지금의 환경에 성공을 가져다준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러니 우리는 그런 신호를 초기에 인지하고 너무 늦기 전에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 마크 트웨인Mark Tw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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